가르침의 시대는 가고, 배움의 시대가 온다
세계일보 문화기획- 문자로 보는 세상 46가르침의 시대는 가고, 배움의 시대가 온다 달이 바뀌었다. 2월은 보내지 않아도 가고, 3월은 부르지 않아도 왔다. 하늘에 뜬 달의 가르침 두 가지는 매일 조금씩 모양을 달리하는 삶을 누리라는 것과 밤처럼 어두운 곳이 있으면 빛을 나누라는 것이다. 검은빛의 겨울이 가고, 푸른빛의 봄이 오고 있다. 계절처럼 옷을 갈아입고 달처럼 변화하는 삶을 누리자. 그리고 매일 떠오르는 정열의 태양처럼 열정으로 하루를 시작해 봄 직하지 않은가.3월은 만세와 함께 다짐하는 달이다. 지금으로부터 98년 전인 1919년, 기미년 3월의 만세는 ‘대한독립만세’였다. 당시는 일제치하로부터 대한의 자주독립을 부르짖는 외침이었지만, 지금은 무슨 만세를 부르며 무엇을 다짐해야 할까. 헌재의 탄핵 결정이 인용이든 기각이든 ‘결과수용만세’를 부르며, 탄핵정국으로 갈라진 두 물결을 하나로 모으도록 온 국민이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3월은 또한 배움을 여는 개학(開學)의 달이다. 배움이란 어떤 의미일까. 과거의 배움이 어떤 직업에 필요한 학문이나 기술을 닦고 연마하는 일이었다면, AI와 로봇이 거의 모든 일을 대신할 미래의 배움은, 배움 그 자체가 즐거움이자 일이어야 한다. 배움은 본디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에 학교는 배움의 본능을 충족시켜주는 즐거운 누리로 변해야 한다.학교의 고유 기능은 ‘가르치고’ ‘배우는’ 곳이었다. 여기에서 ‘가르치다’는 말은, 칼의 고어인 ‘갈(刀)’을 비롯하여, ‘가위(剪)’ ‘가르다(分)’ ‘가루(粉)’ ‘가리다(選擇)’ ‘갈다(磨)’ 등의 단어와 의미상 상통하는 데가 있다. 이러한 단어들은 지식 전달 과정에서 나타나는 말로, 분석하고 선택하는 등의 행위는 가르치는 일에서 꼭 필요한 활동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배우다’는 말은 첫째, ‘스며들거나 버릇이 되어 익숙해지다’라는 뜻의 ‘배다(浸透)’와 어원을 같이한다고 본다. 배우면 새로운 지식이나 교양을 얻거나 새로운 기술을 익힘은 물론 남의 행동이나 태도를 본받아 따르게 되며, 나중에는 습관이나 습성이 몸에 붙어 익숙해지면 배움의 완성이라 할 수 있겠다. 둘째, ‘배우다’는 말 속에는 ‘배 속에 아이나 새끼를 가지다(胚胎)’ 또는 ‘식물의 줄기 속에 이삭이 생기다’ 등의 뜻을 가지고 있는 ‘배다’와도 의미상 서로 통한다. 배우면 없던 지식이나 교양이 새로 생기고, 나중에는 지혜의 싹이 배움에서 움트기 때문이다. 한자어로 ‘가르침’은 ‘교육(敎育)’이고, ‘배움’은 ‘학습(學習)’이다.교육에서 ‘가르칠 교(敎)’ 자는 정신적 가르침을, ‘기를 육(育)’ 자는 육체적 가르침을 뜻한다. ‘교(敎)’ 자를 보면 제자가 억지로라도 공부하도록 만들기 위해 교사가 교편을 들고 있는 모습인데, 오늘날 우리의 교육 현장과는 사뭇 거리가 멀다 하겠다. 손에 교편을 들고 있는 모습은 ‘칠 복(攵)’ 자로, 발음이 때리는 소리를 본뜬 /복/인 것만으로도 무섭게 느껴진다. 하기야 19세기까지만 해도 문자는 특수 계층만이 사용할 수 있었고, 또 문자를 통해서 권력을 얻을 수 있었으니, 제자나 자식의 미래를 위해 매를 듦 직도 했겠다. 자신의 발전을 위해 스승께 매를 자청하기도 했으니, ‘고칠 개(改)’ 자가 바로 그것이다. ‘민첩할 민(敏)’ 자를 보면 어미의 등에 업혀 다닐 때부터 혼나며 컸음을 알 수 있다. 에 이르기를, ‘사람에게 살아가는 도리가 있으니, 배불리 먹고 따뜻하게 입고 편안하게 살되 가르침이 없으면 새나 짐승에 가깝다(人之有道也 飽食煖衣 逸居而無敎 則近於禽獸)’라고 했다.‘기를 육(育)’ 자는 본래 산모가 아기를 낳아 씻으며 기르는 모습인 ‘기를 육(毓)’에서 왔다. 그러나 지금의 육(育) 자는 아들 자(子)의 역형 밑에 발음을 뜻하는 ‘고기 육(肉)’의 생략형인 ‘육(⺼)’을 붙여서, 마치 자식에게 고기를 먹여 건강하게 기르는 모습으로 보인다. 발음상 ‘기를 육(育)’과 ‘고기 육(肉)’은 같다. 손에 먹을 것을 가지고 있는 모습인 ‘있을 유(有)’ 자도 발음이 비슷하다. ‘신외무물(身外無物)’이라는 말이 있다. 몸 밖에 다른 것이 없다는 뜻으로, 다른 어떤 것보다도 몸이 가장 귀하다는 말이다. 결국 건강이 없으면 아무것도 없다는 얘기다. 학습(學習)에서 ‘배울 학(學)’의 본뜻은 ‘학교 건물’이었다. 갑골문에서는 두 손으로 큰 집의 지붕을 엮는 모양인데, 금문에 와서 ‘아들 자(子)’ 자를 넣어 어릴 때부터 배움에 힘써야 한다는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에 의하면, 지방학교를 가리켜 하나라에서는 ‘교(校)’, 은나라에서는 ‘서(序)’, 주나라에서는 ‘상(庠)’이라 부르고, 국립학교는 하·은·주 3대가 모두 ‘학(學)’이라 불렀으며, 모두 인륜(人倫)을 밝히는 곳이라 했다. 인문학 부재의 현실을 생각하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리고 배움의 목적은 깨달음에 있다. 그리하여 ‘배울 학(學)’에서 ‘깨달을 각(覺)’ 자를 만들어냈다.‘익힐 습(習)’ 자를 보면 낮에 하늘을 나는 새의 두 날갯짓이 보인다. 여기에서 ‘되풀이하여 행하다’의 의미가 나온다. 원래 ‘습(習)’ 자 밑에는 ‘날 일(日)’이 붙어있었으나 소전에 와서 ‘사뢸 백(白)’으로 바뀌었다. 학이편에 ‘여조삭비(如鳥數飛)’라는 말이 나온다. ‘새가 자주 날갯짓하는 것과 같이 배움은 쉬지 말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함을 비유한 표현이다. 하기야 나는 새가 날갯짓을 멈추면 떨어져 죽고 말겠지.영어에서 ‘학습하다’를 뜻하는 말로 ‘study’와 ‘learn’이 있다. ‘study’의 뜻은 ‘학(學)’ 또는 ‘공부하다(활동)’에 가깝고, ‘learn’의 뜻은 ‘습(習)’ 또는 ‘능숙하게 익히다’에 가깝다. 어원으로 보면 ‘study’는 한 곳에 얼마간 ‘머물며(stay)’ 책을 읽거나 메모하는 등의 일시적 활동을 뜻하고, ‘learn’은 한 곳에 오랫동안(long) 의지하면서(lean) 지식이나 기술을 얻음을 뜻한다. 개학과 더불어 진학한 학생은 새 학교를 만나고, 진급한 학생은 새 교실을 만났다. 새로운 환경에 새 선생님, 새 친구, 새 학습 내용과 함께 학년이 올라갈수록 점점 높아가는 부모님의 기대 등등, 적응이 쉽지 않다. 그래서 ‘개학 증후군’이란 말까지 생겼다.문제는 개학 증후군에 있지 않고, ‘가르침 시대의 종말’에 있다. 많은 교사가 미국의 화학교사 존 버그만이 창시한 ‘거꾸로 교실’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의 학교는 교사가 학생을 가르치기 위해 꼭 필요한 기관이었지만, 지금은 아무데서나 학생 스스로 선택적으로 배울 수 있으므로 학교 무용론이 대두하고 있다. 그리하여 학교는 교육의 장에서 교제의 장으로, 등수의 장에서 스펙의 장으로 바뀌고 있다.돌이켜보면 생존을 위한 활동 요령을 체화하는 것이 교육의 출발이었다. 그리고 인간은 문자를 발명하고 나서, 이를 수단으로 하여 비교적 오랫동안 수월하게 가르치고 배워 왔다. 그러다가 20세기 후반에 들어와서는 문자 대신에 이미지를, 최근에는 이미지 대신에 동영상을 교육의 주된 도구로 사용하기에 이르렀다. 선생님은 한 번밖에 가르쳐주지 않지만, 동영상은 언제 어디서나 선택적으로 여러 번 반복해서 가르쳐 준다. 이것이 학교가 위기에 빠지는 이유이다. 인강이 편하고 쉬운데, 굳이 많은 시간과 돈을 낭비해 가면서 학교에 다닐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필자 친구의 아들은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고, 3년간 학교에서 공부할 내용을 단 1년의 인강으로 학습하고, 일류대학에 최연소 입학하여 현재 재학 중이다.가르침의 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배움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운운하지 않더라도, 지금이야말로 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할 때이다.
2017.03.02
세계일보 문화기획- 문자로 보는 세상 45- 바람의 노래
세계일보 문화기획- 문자로 보는 세상 45바람의 노래 ‘사람은 얼마나 먼 길을 걸어야 비로소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하얀 비둘기는 얼마나 넓은 바다를 날아야 모래 위에서 쉴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포탄이 오가야 그것이 영원히 금지될 수 있을까. 친구여, 그 답은 불어오는 바람 속에 있다네. 답은 불어오는 바람에 있네.’밥 딜런(Bob Dylan)의 노래 ‘바람만이 아는 대답’(Blowin' In The Wind)의 첫 구절이다. 우리는 그를 단순한 가수로 생각했는데, 노벨문학상을 받은 이후에 알고 보니 ‘노래하는 작가(Sing a song writer)’였다.대한민국은 얼마나 많은 집회가 더 있어야 비로소 진정한 민주국가가 될 수 있을까. 한반도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더 보내야 남북통일이 가능할까. 얼마나 많은 설전이 오가야 막말이 그칠 수 있을까. 그 답은 불어오는 바람 속에 있다네. 답은 불어오는 바람에 있네.겨울 동안 온라인으로 접속(接續) 생활만 해 오다가, 우수 철을 맞아 오프라인으로 접촉(接觸) 생활을 하기 위해 친구 네 명과 함께 아침 일찍 남행길에 나섰다. 산이 산재해 있는 걸 보니 대한민국은 산의 나라임이 틀림없다. 응달의 잔설을 보면 산의 북쪽은 아직 겨울이지만, 양달의 햇살 속에 냉이를 보면 산의 남쪽은 이미 봄이다. 인간과는 자연적 접촉을 하고, 자연과는 인간적 접촉을 하리라는 생각에 젖는 순간 어느덧 차는 덕유산과 지리산 자락을 지나고 있었다. 누가 덕유산, 지리산이라 이름 지었을까. 말 없는 산을 두고 ‘덕이 넉넉하다’ 하여 덕유산(德裕山)이라 부르고, ‘어리석은 사람도 이곳에 머물면 지혜로운 사람으로 달라진다’ 하여 지리산(智異山)으로 이름 붙인 사람은 자연과 함께 대화를 나누며 살다 간 우리 선조가 분명하다. 덕유산은 향적봉(香積峰)을 이고 구천동(九千洞)을 안고, 지리산은 천왕봉(天王峰)을 이고 청학동(靑鶴洞)을 안고 있다. 어머니를 닮은 산이다. 그곳에 부는 바람은 어머니의 입김이다.산은 살아있는 사람들의 마을만을 안고 있는 게 아니다. 죽은 이의 무덤도 묵묵히 품고 있다. 산자락 양지바른 곳에는 무덤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눈에 잘 뜨이는 건 나무가 없기 때문이다. 무덤을 ‘뫼’라고도 하는데, 이는 ‘무덤 묘(墓)’와 발음상 동원어로 보인다. 산의 옛말도 ‘뫼’라 하는데, 이는 ‘모이’의 준말이다. 무덤을 가리켜 우리만이 ‘산소(山所)’라고도 하는데, 이는 산이 많은 우리 환경으로 볼 때 ‘산(山)에 있는 묘소(墓所)’의 준말로 보인다.신비하게도 차가 달리면 산도 달리고, 차가 멈추면 산도 쉰다. 이따금 지나가던 구름이 이웃 산의 소식을 전해줄 때면 산은 구름을 반가이 맞이하며 한껏 포즈를 취한다. 산은 다만 평지보다 땅이 높이 솟아있을 뿐인데 해마다 자라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내가 점점 작아지기 있기 때문일까. 어쩌면 산이 자라는 것은 산 자체가 자라는 것이 아니라, 산에 붙어살고 있는 나무가 자라고 있기 때문일 거다. 나무가 없는 늙은 산의 머리를 보면 왠지 머리숱이 없는 나를 빼곡히 닮아 있어, 친형처럼 정감이 간다. 오랜 세월 비바람이 조각해 낸 산꼭대기 바위들이 저토록 원만하고 아름다운데, 한 세상 풍상을 겪은 내 대머리도 봐 줄 만하지 않을까. ‘빛나리 샌님’이 되느냐, ‘빈 나리 샌님’이 되느냐는 머릿속에 이상과 꿈의 유무에 달려있다.미국 태생의 유대교 랍비이자 맥아더 장군이 가장 좋아했던 시인인 사무엘 울만(Samuel Ullman)은 그의 ‘청춘(Youth)’이라는 시에서 다음과 같이 노래하고 있다. ‘청춘이란 일생의 한 시기가 아니라, 어떤 마음가짐을 뜻한다. 나이를 먹는다고 우리가 늙어가는 것이 아니다. 꿈을 잃어버렸을 때 늙어가는 것이다.’울만은 머리를 드높여 ‘희망이란 파도(the waves of optimism)’를 탈 수 있는 한 팔십일지라도 영원한 청춘의 소유자라 했다. 당시의 팔십은 지금으로 치면 백 세라 해야 할 것이다. 꿈은 아름답다. 그러므로 꿈은 시들지 않고 영원히 피어나는 기쁨의 꽃이다.이윽고 산과 바다, 역사와 예술의 도시 통영에 도착했다. 통영(統營)은 통제영(統制營)의 준말로 조선 선조 때 설치했던 군영 명칭에서 비롯했다. 통영에서는 바다가 들이 되고 섬이 산이 된다. 통영의 바깥 바다는 파도 소리가 넘쳐도 안 바다는 거울처럼 고요하다. 망일봉 봉우리에 오르니 이순신 장군의 목소리가 바람 속에 들려온다.‘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홀로 앉아/ 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던 차에/ 어디서 일성호가는 남의 애를 끊나니’세계 해전사에 길이 남을 학익진(鶴翼陣) 전법으로 일본 수군을 견내량해협으로 유인하여 궤멸시킨 한산대첩, 통영에서는 이를 기념하여 이순신공원을 만들고 임전훈(臨戰訓)을 내리는 장군의 모습을 동상으로 세웠다.‘죽기를 각오하면 살 것이요, 살기를 각오하면 죽을 것이다.’ (必死則生 必生則死)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있습니다.’ (今臣戰船 尙有十二)지금 장군이 살아계신다면 우리에게 어떠한 가르침을 주실까. 통영은 예술의 도시이기도 하다. 유치환, 김상옥, 김춘수 시인을 비롯하여 의 저자 박경리, 작곡가 윤이상, 화가 전혁림 등의 많은 예술가를 배출한 통영은 현대 한국 예술의 르네상스를 맞이한 곳으로 예술의 수도라 이를 만하다.청마문학관을 찾았다.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깃발’ ‘바위’ ‘춘신’ ‘행복’ 등의 시로 잘 알려진 대시인 청마 유치환과 규수시인 이영도 사이의 전설 같은 사랑을 생각하며, 20년 동안 5천여 통의 사랑의 편지를 부치던 우체국을 찾았더니, 지금도 우체통은 그 자리에서 얼굴을 더욱 붉히며 사랑의 주인공을 기다리고 있었다.박경리 기념관을 지나 묘소 참배를 했다.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라는 비문 내용에서, 만년에 치료를 거부하고 아픔마저 안고 간 깨달은 자의 풍모를 느낄 수 있었다. 곁에 서고 싶을 정도의 작은 동상을 마주했을 때는 기념촬영을 놓칠 수 없다.‘자연이 인간의 근원이라면 생명의 하나인 인간도 자연입니다. 그러니 자연과 인간이 합쳐서 살아야 하는 것이 우주의 법칙이고 섭리입니다. 이보다 더 완벽한 것은 없어요.’ 자연과 생명의 존엄을 밝힌 말씀이다. ‘천형(天刑) 때문에 홀로 앉아 글을 썼던 사람, 육체를 거세당하고 인생을 거세당하고, 엉덩이 하나 놓을 자리 의지하며, 그대는 진실을 기록하려 했는가.’ 사마천을 롤 모델로 하여 생의 아픔을 극복한 선생의 생애가 파노라마처럼 스친다. 임진왜란이 끝나고 한산도에 있던 삼도수군통제영이 육지인 통영으로 옮겨오면서 지어진 세병관(洗兵館). 산비탈의 삶을 아름다운 전망과 그림으로 승화시킨 동피랑마을과 역사의 혼과 환경을 조화시킨 서피랑마을을 거치고는 미륵산 정상에 올라야 한다. 그곳에서 한려해상국립공원을 조망하면 누구나 금세 섬이 된다. 그리고 바람의 노래를 들어보라.‘부는 바람일랑 쐬고, 지는 동백꽃은 내버려 둬. 너를 자연에 맡기면 세상이 즐겁단다~’
2017.02.23
감사패(준비)
감 사 패***********이사장 * * *귀하께서는 본 조합 제8대 이사장으로 재임하면서 투철한 사명감과 분명한 책임감으로 조합 활성화와 발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진취적 기상과 창의적 지도력으로 조합원 상호 간에는 소통과 화합의 장을 열어주었으며, 특히 조합의 오랜 꿈이었던 도시재생사업의 추진으로 시장을 활성화하고 조합을 발전시킨 공이 매우 크므로, 이에 이사장님의 따뜻한 인품과 냉철한 지혜를 본받고, 나아가 영예로운 공을 영원히 기리고자 조합원 모두의 마음을 이 패에 담아 삼가 올립니다. 2017년 2월 27일******** 회원 일동 귀하께서는 본 조합 제8대 이사장으로 재임해 온 이래 남다른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조합 활성화와 발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창의적 아이디어와 혁신적 리더십으로 조합원 상호 간의 소통과 화합의 장을 열어 조합의 위상과 품격을 높임은 물론, 특히 조합원에 대한 각별한 사랑이 없이는 찾을 수 없는 유무형의 재화를 찾아 조합 자산을 크게 증식해 준 공이 큰 바, 이에 감사와 비전의 뜻을 담아 본 패를 드립니다.
2017.02.22
세계일보 문화기획- 문자로 보는 세상 44-
세계일보 문화기획- 문자로 보는 세상 44과잉시대(過剩時代) 적정인생(適正人生) 내가 사는 곳은 30여 년 전만 해도 까치와 노루가 사랑하고 놀던 야산 자락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인간의 독무대로 변해버렸다. 인간의 욕심이 지나쳤나. 본래 이곳에 터 잡고 살던 동식물에게 미안하다. 옷장에는 입지 않는 옷으로 넘쳐나고, 찬장에는 사용하지 않는 그릇이 그득하며, 서재에는 읽은 책보다 읽지 못한 책들이 더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고, 신발장에는 어둠 속에 갇혀 지내는 몇 켤레의 묵은 신들이 삭고 있다. 냉장고에도 아끼다가 잊어버린 식자재가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게다가 필자의 경우 서예 활동을 하므로, 숱한 전시 끝에 선택받지 못한 많은 액자와 족자들이 방 한 칸을 옹글게 차지하고 있다. 못난 글씨는 앞으로도 영원히 벽에 한 번 더 걸려 보지 못할 제 운명을 아는지 저희끼리 불안에 떨며 나란히 붙어있다. 주차장에는 한낮에도 출근하지 못한 많은 자동차가 졸고 있다. 답답한 마음에 차를 몰고 거리를 나가보면, 그곳에는 더 많은 차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서로의 매연을 탓하며 허덕이고 있다. 경제 성장에 따라 외식 횟수가 늘어난다고는 하지만, 거리마다 어인 식당은 또 그렇게 많은지. 순간 우리는 ‘잉여시대(剩餘時代)’를 지나 ‘과잉시대(過剩時代)’를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회탄이 쏟아진다. 따지고 보면 물질만의 과잉이 아니다. 우리의 정신도 과잉시대를 맞고 있다. 이른바 정보의 홍수 속에 생각의 선은 끊어지고, 단편적이고 단절된 정보들만이 끓어 넘치고 있다. 검증된 정보의 전달 장소인 교실은 어떠한가. 한 세대 전만 하더라도 모든 학생은 정보의 궁핍 속에 두 귀를 쫑긋 세우고 선생님의 말씀을 경전이라 생각하며 잘 들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학생들은 자리에 앉아있기는 하나, 십인십색(十人十色)의 공부에 천차만별(千差萬別)의 생각들로 가득 차 있다. 수업이 제대로 진행될 리 만무하다. ‘거꾸로 교실’과 같은 새로운 모델이 제시되기도 했지만, 여전히 교육은 특별한 대안 없이 ‘개혁’의 목소리만 무성하게 쏟아져 나오고 있다. SNS에 의한 과잉 정보가 교실을 무기력하게 만들 듯이, 영양의 과잉공급에 의한 비만은 몸을 무기력하게 만들어 각종 암을 유발한다고 전한다. 교육에서는 자신의 수준과 취향에 맞는 정보의 질 선택이, 건강에서는 자신의 건강에 좋은 영양 선택과 적정량 섭취가 문제가 된다. 서양 중심의 산업혁명 이후에, 선진국을 중심으로 인간은 ‘부족시대(不足時代)’에서 ‘과잉시대(過剩時代)’로 직행했다. 당연히 그 중간에 ‘적정시대(適正時代)’가 있어야 마땅하겠지만, 인간의 끝없는 욕심과 철학적 인식 부족으로 적정시대 없이, 부족시대에서 곧바로 과잉시대로 넘어갔다. 과잉 시대가 낳은 결과로는 기후변화와 환경파괴, 물과 공기의 오염 등을 들 수 있다. 인간의 과욕이 하나밖에 없는 지구를 크게 망가뜨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이미 많이 늦었다. 일각에서는 아직도 개발과 성장의 논리로 하나뿐인 ‘푸른 별(Blue planet)’의 숨통을 끊고 있다.다행히 동양인은 일찍이 자연과의 공생 가치를 깨닫고 자연의 일부로 살아왔다. 그러나 뒤늦게 서양 중심 세계관에 사로잡혀 서양을 뒤따르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우리는 잊어버린 ‘적정시대’를 찾아야 한다. 이것이 지구와 인간의 공생길이다. ‘자본주의(資本主義)’는 말 그대로 오직 재물(資)을 근본(本)으로 삼기 때문에, 더 많은 생산을 통한 이익추구가 목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자본주의를 버리고, 적절한(適) 것을 근본(本)으로 삼는 ‘적본주의(適本主義)’로 나아가야 한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면 알맞고 바른 선택, 곧 적정(適正)한 선택을 해야 한다. 부족도 좋지 않지만, 과잉보다는 낫다. 적정가격, 적정인구, 적정규모, 적정수준, 적정생산, 적정소비, 적정지출, 적정수면, 적정생활, 적정평가, 적정성장... 이상에서 보듯이 적정은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 ‘적(適)’에는 ‘맞다, 가다’의 두 가지 뜻이 있다. 이는 아무 데나 갈 것이 아니라, 알맞은 곳으로 가라는 의미가 깔려 있다.우리는 앞으로 적정을 통한 행복 추구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고, 더불어 사는 즐거움을 위해 적정한 노력할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의 축복이다.적본주의의 성공을 위해서는 공동체 의식의 회복이 시급한 과제이다. 공동체 의식의 회복을 위해서는 나는 지금 여기서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지구 환경을 위해서는 과잉시대에 살면서도 끊임없이 적정한 삶의 추구와 나눔의 미덕을 실천해야 한다.클라우스 슈밥의 도 맹목적으로 따를 것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 그리고 지구를 중심에 두고 신중하게 재검토해 봐야 한다. 만약 4차 산업혁명이 진정한 살길이라 믿는다면, 인류 역사에서 1, 2차 산업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했던 우리가, 그나마 3차 산업에서 앞서간 경험을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에서는 글로벌 리더가 되어야 한다. 어제 신라호텔에서 국내 기업과 러시아 기업 간의 워크숍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서예 퍼포먼스 ‘라이브 서예’를 펼쳤다. 주제 선정으로 고심을 했는데 처음에는 ‘무신불립(無信不立)’으로 정했다가 나중에 ‘동주공제(同舟共濟)’로 바꾸었다. ‘무신불립’은 ‘신의가 없으면 함께 설 수 없다’는 뜻으로 신의를 강조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이제 갓 친교를 시작하는 마당에, 글의 의미가 너무 절박하게 다가온다. 그리하여 공동체 의식을 갖고 함께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를 바라는 뜻에서 ‘동주공제’를 최종 테마로 결정했다. ‘한마음 한뜻으로 같은 배를 타고, 함께 강을 건너자’라는 뜻이다. 어떠한 질풍과 노도가 오더라도 힘을 모아 헤치고 나아가자는 뜻을 살리기 위해, 온힘을 다해 노를 젓듯이 써 내려갔다.그런데 작금의 우리 정치와 사회의 모습은 어떠한가. 대통령 탄핵심판을 앞두고 동주공제가 아니라 ‘이주별제(異舟別濟)’가 아니던가. 무서운 생각이지만 서로 다른 배를 타고 따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한다. 물론 주말마다 거행되고 있는 서로 다른 성격의 두 집회가 특별한 충돌 없이, 뒤처리까지 깨끗하게 마무리하는 걸 보면, 성숙된 국민의식에 안심이 되고 또 갈채까지 보내고 싶다. 그리고 헌재 결정 뒤에도 서로 간의 이해와 수용의 아름다운 자세를 전 세계에 보여야 한다. 우리는 위기에 더욱 강해지는 DNA를 가진 민족으로, 앞으로 글로벌 뉴리더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이번 기회에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지금 우리는 과잉시대 살고 있다. 잉여라면 그나마 여유 있어 보인다. 잉여가 지나치면 과잉이 된다. 과잉생산, 과잉공급, 과잉진료, 과잉근심 등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과잉시대 부산물로 쇼핑홀릭(shopping holic)과 스톡홀릭(stockholic)도 생겨났다. 과잉시대의 가르침은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분수 이상의 ‘대박’만 쫓으면 ‘쪽박’ 차게 된다. 이번 주말에는 정리, 정돈을 통하여 불필요한 것은 떨쳐내고, 소중한 것은 집중을 위해 꼭 두어야 할 자리에 두리라. 심플한 생활 속에, 기분 좋은 일에 열정을 쏟으리라.
2017.02.15
세계일보 문화기획- 문자로 보는 세상 43- 소란의 겨울 다음은 침묵의 봄으로
* 호지무화초 춘래불사춘 세계일보 문화기획- 권상호의 문자로 보는 세상 43소란의 겨울 다음은 침묵의 봄으로 분노·분열에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침묵의 귀' 가져야 봄을 듣는다 '騷亂' 말 날뒤고 실이 헝클어진 모양'沈默' 제사와 조용히 따르는 뜻 담겨 탄핵정국에 시끄러웠던 지난 계절'광장'은 갈등 끝나지 않았음을 예고초목 움트고 씨앗 발아하는 입춘 철어떤 결과든 수용하는 성숙함 기대입춘이 지났다. 가는 겨울, 오는 봄이다. 생기가 없는 자연의 겨울은 침묵의 계절이고, 만물이 소생하는 자연의 봄은 소란의 계절이다. 그런데 우리의 이번 겨울은 국정농단과 탄핵정국으로 인하여 침묵이 아니라 ‘소란의 겨울’이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침묵의 봄’을 맞이하자는 얘기다. 대통령 탄핵 결정이 인용이든 기각이든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깨끗하게 승복하고, 온 국민이 차분한 마음으로 개헌과 대선을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헌재의 결정을 앞두고 국론분열의 상황이 단순한 염려에서 심각한 우려의 수준으로 치닫고 있어, 소란과 광분의 봄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이에 대하여 여야 원내대표는 물론 여러 지도층 인사들도 염려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런 판국에 일부 정치인들은 헌재의 숭고한 결정을 진지하고 차분하게 기다리기는커녕 집회에 나가 마이크를 잡고 소란과 분열을 부추기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다. 법을 세워야 할 국회의원은 마땅히 사법부의 판단을 남보다 더 존중하고, 탄핵심판의 결과가 자기 생각과 다르다고 법을 흔드는 일은 없어야겠다. 국민 역시 법치국가의 국민답게 헌재의 결정에 묵묵히 따를 줄 아는 성숙한 국민의 자세를 보여주어야 한다. 문자학적으로 ‘소란’과 ‘침묵’은 어떠한 의미일까. ‘소란(騷亂)’의 사전적 의미는 ‘시끄럽고 어수선함’이다. ‘시끄러울 소(騷)’ 자는 ‘말[馬]이 벼룩[蚤]처럼 마구 날뛰는 모습’에서 ‘떠들다, 시끄럽다, 걱정하다’ 등의 뜻이 있고, ‘어지러울 란(亂)’은 틀에 감긴 실이 어지럽게 헝클어진 것을 두 손으로 풀다가 끊어진 모양에서 ‘어지럽다, 무질서하다’의 뜻이 되었다. 날뛰는 말[馬]에서 시끄러운 말[言]의 뜻이 나오고, 인간이 만든 실에서 어지럽다는 뜻이 나왔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지금 중국에서는 요란한 혀[舌]와 끊어진 실[乙]로 어지러움[乱]을 표현하고 있다.갑골문을 보면 ‘침묵(沈默)’의 ‘가라앉을 침(沈)’ 자의 원형은 강물 속에 소를 빠뜨려 수신(水神)에게 제사지내는 모양이었는데, 금문에 와서는 소 대신에 사람을 넣어 지금의 모양이 되었다. ‘침(沈)’과 같은 뜻의 ‘빠질 몰(沒)’은 본래 소용돌이치는 물결 속에 사람이 빠져 허우적거리며 손을 흔드는 모습이었다. ‘침(沈)’ 자가 사람의 성씨로 쓰일 때는 /심/으로 읽는데, 심청전(沈淸傳)의 주인공 심청(沈淸)이 인당수 맑은 물에 몸을 던지는 내용을 보면 소설 속 등장인물의 작명도 예사롭지 않음을 알 수 있다.나중에 ‘침(沈)’ 자에는 ‘담그다, 절이다’ 등의 의미가 더해지는데, 이에 근거하여 ‘김치’는 ‘침채’(沈菜, 채소를 소금물에 담그다)에서, ‘김장’은 ‘침장’(沈藏, 소금물에 담가서 오래 둔다)에서 온 말로 보기도 한다. 이 대목에서 살필 일은 /침/이란 발음 속에 ‘조용하다’는 의미가 들어있다는 사실이다. 우선 잠잘 때는 누구나 조용하므로 ‘잠잘 침(寢)’이 된다. 잠잘 때 필요한 도구인 베개도 ‘침(枕)’으로 발음한다. 사실 침대에서 조용히 취침을 할 때 가장 침략당하기 쉽다. 여기에서 ‘침략할 침(侵)’자 나온다. 환자가 침을 맞을 때에는 따끔하지만 함구무언(緘口無言), 곧 침묵해야 하므로 침도 ‘침(鍼)’으로 발음한다. 의료용 바늘은 물론 재봉용 바늘도 ‘침(鍼)’이다. 그런데 정작 침은 ‘1’처럼 간단하지만 글자가 복잡하므로 ‘침(針)’으로 생략하여 쓰기도 한다.‘액체가 조용히 스며들다’는 뜻의 ‘침투(浸透)’나, ‘지반이 빗물이나 냇물에 조용히 몰래 깎이는 현상’을 뜻하는 ‘침식(浸蝕)’에도 ‘담글 침, 잠길 침(浸)’ 자를 쓴다.다음으로 ‘고요할 묵(黙)’ 자를 살펴보기로 한다. 이는 ‘검을 흑(黑)’과 ‘개 견(犬)’의 합자이다. ‘검을 흑(黑)’ 자는 ‘불 때는 사람의 검은 얼굴’ 또는 ‘부엌 창에 붙은 그을음’으로 보기도 하는데, 여기에 ‘개 견(犬)’ 자가 붙어서 ‘고요할 묵(黙)’ 자가 되는 것을 보면, ‘얼굴이 검은 불목하니의 뒤를 개가 조용히 뒤따르다’라고 풀이함이 옳다고 본다. 하기야 부엌의 개는 불이 무섭기도 하려니와, 먹을 것도 많으니 침묵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면 너무 작위적인 유추인가.‘검을 흑(黑)’ 자의 금문을 보면 사람의 얼굴에 그을음이 찍혀있음은 물론, 몸에서는 땀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흑(黑)과 비슷한 글자로 ‘그을릴 훈(熏)’ 자가 있다. 이 글자의 금문이나 소전 형태는 흑(黑) 위에 ‘싹 돋을 철(屮)’ 자 모양이 얹혀있는데, 여기에서 훈(熏) 자는 ‘연기가 올라가 그을리다, 훈제품을 만들다’의 뜻이 된다.‘날씨가 훈훈(薰薰)하다’라고 할 때의 ‘훈훈할 훈(薰)’ 자는 ‘훈(熏)’ 위에 풀[艹]을 얹어놓은 모습이다. 따라서 훈풍(薰風)은 여름 바람이 된다. 그리고 힘써 열나게 일해야 공훈(功勳)을 세울 수 있으니, 여기에서 ‘공 훈(勳)’ 자가 탄생한다.해의 둘레에 빛깔이 있는 둥근 테두리를 ‘햇무리’, 달 언저리에 둥그렇게 생긴 것은 ‘달무리’라 하는데, 햇무리나 달무리가 생기면 해와 달이 그을린 듯 어두워진다. 여기에서 생긴 글자가 ‘무리 훈(暈)’이다.우리는 해를 넘기면서 다섯 차례나 마음을 새롭게 할 기회를 맞이한다. 첫째가 ‘동지(冬至)’로 이때는 음기가 극성한 가운데 양기가 새로 생겨나는 때이다. 양력설 ‘신정(新正)’이 그 두 번째이고, 조상신을 모시고 새해를 맞이하는 ‘설날’이 그 세 번째이다. 천문(天文)의 새해이자 봄이 시작되는 날인 입춘(立春)이 그 네 번째이며, 학년이 바뀌고 신학기를 맞이하는 배움의 새해, 3월 개학일이 다섯 번째라 할 수 있다. 작심삼일(作心三日)을 염려해서인지 몰라도 해가 바뀔 때마다 다섯 차례나 다짐의 기회가 오는 것도 복이라면 큰 복이다.정녕 봄은 오는가. 지금은 24절기의 시작이자 봄의 첫 절기인 입춘(立春) 철이다. 입춘이 지나자, 여기저기서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사르륵, 눈 녹는 소리. 후드득, 고드름 꼭지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 얼었던 마음조차 녹는 소리가 몽환적으로 들려온다. 고양이의 머리 위에서는 봄 햇살이 살짝 내려앉아 졸음을 재촉하고 있다. 인간의 마음속에는 ‘시샘(jealousy)’과 같은 묘한 감정이 도사리고 있다. ‘샘, 시새움, 심술, 암상, 시기, 질투, 투기’ 등과 같이 ‘시샘’과 비슷한 말이 많은 것으로 볼 때, ‘시샘’이 좋든 싫든 간에 인간의 중요한 감정의 하나임은 틀림없다. 감정 이입된 표현이겠지만, 자연에도 시샘이 있다. 이를테면 다가오는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라는 말은 꽃에 대한 날씨의 시샘이라고 볼 수 있다. 봄이 오는 소리가 있을까. 초목이 움트고, 씨앗이 발아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봄보다 더 소란한 계절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침묵과 명상의 귀를 가진 자만이 봄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데에 있다.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했던가. 시간적 봄은 왔지만, 아직도 춥다. 그래도 창(窓)을 열고 잠시나마 창공(蒼空)을 바라보자. 모든 /창/이란 발음을 가진 글자는 창과 관련이 있다. 창을 열고 화창(和暢)한 날씨를 즐기자. 창을 열면 마음도 열린다. 그래서 ‘창 창(窓)’ 자에는 ‘마음 심(心)’이 붙어있다. 창은 공기뿐만 아니라, 빛도 받아들인다. 아침이면 창은 벽보다 먼저 훤히 드러난다. 그래서 ‘드러날 창(彰)’이다. 공적이나 선행이 드러나면 표창장(表彰狀)을 받게 된다. 창을 통해서는 재산의 보고인 창고(倉庫)를 살필 수 있어야 한다. 가끔은 창가를 서성거리며 애창곡(愛唱曲)을 흥얼거리기도 하고 창조(創造)를 위한 구상도 해 본다.옛날 움집의 창은 ‘향(向)’이었다. 처음에는 ‘북향 창’을 가리켰지만, 나중에 ‘방향’의 뜻으로 바뀌었다. 올봄은 정치, 경제, 외교적 난관에 AI와 구제역까지 창궐하여, 다방면에서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려운 때일수록 소란 대신 침묵으로 자신과 나라가 나아갈 방향(方向)을 똑똑히 살펴가며 희망의 봄을 얘기하자.
2017.02.09
세계일보 문화기획- 문자로 보는 세상 42- 겨울이 주는 의미
* 작품 내용 - 마부작침(磨斧作鍼) 針의 본자는 鍼이다. 직역하면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이니,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도 끈기 있게 매달리면 마침내 달성할 수 있다는 말이다. 우공이산(愚公移山)과도 뜻이 통한다. 세계일보 문화기획- 문자로 보는 세상 42겨울이 주는 의미사람은 사람대로 나무는 나무대로 자연의 시간에 따라 계절의 옷을 갈아입으며 각기 자기들만의 세상을 살아간다. 절기의 시계로는 소한과 대한을 지나 입춘이 왔지만, 이따금 한파특보까지 내려지는 걸 보니 아직 겨울이다.겨울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우선 겨울의 어원을 생각해 볼 때, ‘울안(울타리를 친 안)에 있다’는 의미에서 온 말이 아닐까 한다. 겨울에는 날씨가 추우니까 집 안에 있는 시간이 많다. 그래서 ‘있다’는 말의 고어인 ‘겨시다’의 어간 ‘겨시’와, ‘울타리’나 ‘우리’의 생략형인 ‘울’이 합하여 ‘겨시울> 겨슬> 겨울’이 되었다고 본다. 고어에서는 물론이고 경상도 일부 지역에서는 아직도 ‘겨슬’이라는 말을 쓰고 있다.‘겨울’은 ‘겨집’과 같은 구조를 지닌 낱말이다. 지금은 ‘여자’나 ‘아내’를 낮잡아 ‘계집’이라 하지만, 이 말은 본래 ‘겨집’으로, ‘겨시다’와 ‘집’의 합성어로 본다.그리고 ‘돼지우리’의 예에서 보듯이, ‘우리’라고 하면 주로 짐승을 가두어 기르는 곳, 곧 축사(畜舍)를 가리키지만, 원래는 인간의 집도 ‘우리’라 했었다. ‘동굴’이나 ‘우리’에서 생활하던 옛 선조들이 점차 지혜가 늘어, 땅을 파고 그 위에 나무를 걸치고 ‘짚’으로 덮기 시작하였으니, 이것이 초가집의 원조이다. 지붕에 인 ‘짚’에서 ‘집’이란 말이 생겼다고 본다. 그리고 ‘우리 둘’이라 할 때의 ‘우리(we)’와 ‘우리 마누라’ ‘우리 마을’이라고 할 때의 ‘우리(my, our)’도 ‘울’에서 왔다고 본다. 몽고점을 가지고 태어나는 우리와 혈맥을 같이하고 있는 몽골인들은 ‘집’을 ‘게르’라고 하는데, 이 말도 ‘겨울’과 발음이 유사하다. 어감으로 보면 ‘겨울’이란 말 속에는 ‘힘겹다’ ‘지겹다’라고 할 때의 ‘겹다’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정도나 양이 지나쳐 참거나 견디기 어려울 때 ‘겹다’라는 말을 사용한다. 그러니까 겨울은 ‘겨운 철’이기도 하다.동양철학의 바탕을 이루고 있는 음양오행의 원리를 통하여 들여다보는 겨울의 이미지는 어떠한 모습일까. 예부터 동양에서는 음양오행으로 자연계의 동정과 변화를 살폈다. 천지만물을 만들어내는 상반되는 두 기운을 음양(陰陽)이라 부르고, 상생 상극하는 다섯 가지 원소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를 오행(五行)이라 불렀다. 이 오행은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움직이다’의 의미를 지닌 ‘다닐 행(行)’ 자를 붙였다. 여름이 ‘양 중의 양’이라면, 겨울은 ‘음 중의 음’이다. 오행으로는 ‘수(水)’의 계절인데, 따지고 보면 얼음도 눈도 모두 수(水)에 속한다. ‘얼음 빙(氷)’에서는 ‘빙빙’ 돌기 좋고, ‘눈 설(雪)’에서는 설설 기면서 다녀야 한다.겨울은 ‘청(靑), 적(赤), 황(黃), 백(白), 흑(黑)’의 오색 중에서 흑(黑)에 해당하고, 하루 중에서는 ‘밤’, 방위로는 ‘북(北)’을 가리키다. 그래서 겨울밤은 더 길고, 깊고, 어둡고, 춥게 느껴진다. 하지만 칠흑 같은 겨울밤에 하얀 눈이 내린다는 것은 경이로움이다. 태극기의 태극은 음양(陰陽)을 뜻하며 ‘하늘’과 ‘땅’을 상징한다. ‘하늘’은 ‘아들’과, ‘땅’은 ‘딸’과 발음이 유사한 것도 음양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 태극기의 네 귀퉁이에는 ‘하늘’ ‘땅’ ‘물’ ‘불’을 상징하는 ‘건괘(乾卦)’ ‘곤괘(坤卦)’ ‘감괘(坎卦)’ ‘이괘(離卦)’가 각각 그려져 있는데, 팔괘(八卦)의 하나인 감괘는 ‘물’을 뜻하고, 이 감괘를 바로 세우면 ‘물 수(水)’ 자의 고형이 된다. 감괘는 1양을 2음이 싸고 있는 형국이니 겨울은 검은빛이 맞다.한의학에서는 ‘간장, 심장, 비장, 폐장, 신장’ 등의 다섯 가지 내장을 통틀어 오장(五臟)이라 하는데, 이 중에 수(水)인 오줌을 배설하는 기관인 신장(腎臟, 콩팥)이 겨울에 해당한다. 겨울에는 땀이 적기도 하지만 그래서 그런지 오줌은 자주 마렵다. ‘바람 불고, 덥고, 습하고(비 오고), 건조하고(볕 나고), 추운’ 다섯 가지 날씨를 오기(五氣)라 하는데, 겨울은 당연히 추위에 해당한다.집에서 기르는 ‘닭(개), 양, 소, 말(닭), 돼지’ 등의 오축(五畜) 중에서는 돼지가, ‘보리, 기장, 피, 벼, 콩’ 등의 오곡(五穀) 중에서는 ‘콩’이 겨울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겨울 먹을거리로는 돼지고기와 콩으로 만든 두부, 비지 등이 좋겠다. ‘자두, 살구, 대추, 복숭아, 밤’ 등의 오과(五果) 중에서는 밤이 겨울에 해당하니 겨울밤 군밤 생각은 지극히 당연하다. ‘인(仁), 예(禮), 신(信), 의(義), 지(智)’ 등의 다섯 가지는 사람이 지켜야 할 떳떳한 도리로 오상(五常)이라 하는데, 이 중에서 지(智)가 겨울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겨울은 침묵과 명상으로 지혜를 기르는 계절이라 할 수 있다. 옹야편에 나오는 공자의 말 ‘인자요산(仁者樂山) 지자요수(知者樂水)’도 오행과 딱 들어맞는 말이다. 이 당시의 ‘알 지(知)’는 ‘지혜 지(智)’의 뜻을 포함하고 있고, 지(知)와 수(水)가 모두 북방이기 때문이다.겨울은 동물에게는 동면(冬眠)의 계절, 인간에게는 명상(瞑想)의 계절이다. ‘잠잘 면(眠)’ ‘잠잘 수(睡)’ ‘눈 감을 명(瞑)’ 자에는 공통으로 ‘눈 목(目)’ 자가 들어있다. 그러니까 명상은 눈은 감았으되 잠자는 것은 아니다. ‘누울 와(臥)’ 자는 누워있으되 눈을 뜨고 있는 모양이다. 고은 시인은 그의 시 ‘눈길’에서 ‘나의 마음은 밖에서는 눈길, 안에서는 어둠이노라’라고 읊고 있다. 여기서 ‘어둠’은 부정적 시어가 아니라, 과거의 모든 방황과 번민을 정화하고 난 뒤에 얻은 마음의 평안을 뜻한다. 무념무상의 명상에서 나온 경지이다. 세상이 복잡하고 소란할수록 가끔은 눈을 지그시 감고 명상 호흡에 들어갈 할 필요가 있다. 모든 번뇌와 망상일랑 훌러덩 던져버리며 자신을 명상의 우주 속에 던져보라. 깃털처럼 가벼운 심신을 느낄 수 있다.어렵게 살던 시절의 소박한 꿈은 ‘배부르고 등 따스운’ 것이었다. 그때는 겨울이 왜 그렇게 춥고 길던지, 없는 사람에겐 겨울철이 원수다. 어렵사리 겨울을 보내고 나면 태산 같은 보릿고개가 또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은 먹을거리와 옷가지를 해결하고 나니, 다이어트와 넘치는 쓰레기로 배부른 골머리를 앓고 있으니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를 일이다. 수출 터널을 많이 뚫어놓은 덕분인지 이제는 높은 보릿고개를 넘을 일도 없어졌다. 이만한 경제성장을 이끌어 온 노동자와 경제인, 밉든 곱든 정치 지도자에게도 감사할 따름이다.올겨울이 더 춥게 느껴지는 것은 대통령 탄핵정국에다 일자리와 내수마저도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 대통령 트럼프의 ‘반(反)이민 행정명령’과 ‘환율전쟁’,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중국의 ‘사드 보복’ 등의 차가운 바깥바람이 끊임없이 몰아치고 있다. 대선 정국은 온통 빙벽이다. 20명 가까이 되던 잠룡 중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에 이어 박원순 서울시장과 원희룡 제주지사가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더니, 급기야 여권의 유력한 대선주자로 꼽혀온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까지도 결국 현실정치의 높은 빙벽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현직 대통령이 탄핵심판을 받는 판국에도, 앞서간 여러 전직 대통령의 씁쓸한 뒷모습을 보고도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이 많은 건 한국 정치의 역설적 비전이다. 적어도 전직 대통령이라면 숨어서 쉴 게 아니라, 일생의 다양하고 역동적인 경륜을 바탕으로 환경 운동이나 사회봉사활동 등을 통하여 국민이 따르고 싶은 대통령상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에게 그런 대통령 복(福)은 아직 없는가 보다.아무리 추워도 희망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영국의 낭만파 시인 셸리는 ‘겨울이 오면 봄도 멀지 않으리’라고 노래했다. 차갑고 미끄러운 눈길일수록 더 정확히 발걸음을 내디뎌야 한다. 김구 선생이 좌우명으로 삼았던 서산대사의 시에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는 함부로 걷지 마라.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국은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라고 했다.
2017.02.02
세계일보 문화기획- 문자로 보는 세상 41- 명상과 치유를 위한 설 덕담(德談)
세계일보 문화기획- 문자로 보는 세상 41명상과 치유를 위한 설 덕담(德談) 올겨울은 초유의 국정농단에 대한 촛불집회와 이에 반발한 태극기집회로 그 여느 겨울보다 요란한 계절을 보내고 있다. 나라 분위기를 차분히 가라앉히려고 그랬는지 전국에 눈이 내리고 한파가 몰아쳤다. 귀성길에도 눈이 내린다는 예보이고 보면 이번 4일간의 설 연휴 기간만은 조용하고 진지하게 자신을 돌이켜보는 명절로 보냄이 어떨까. 때로는 웅변보다 침묵과 명상이 이웃과의 화해와 치유의 계기가 되고, 이웃과의 화해와 치유가 종국에 가서는 나라의 평화와 안정을 가져올 것이라 믿는다. 여러 ‘나’의 모임이 이웃이 되고, 여러 이웃의 집합이 나라를 이루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광화문과 대학로를 중심으로 온 나라가 시끌벅적했으니 이제 잠시나마 침묵(沈默)과 명상(瞑想)으로 잃어버린 자신을 찾아보고 덕담을 통하여 아름다운 관계를 맺어보자는 얘기이다.예술과 정보기술로 각각 세상을 바꾼 두 혁명가가 있다. 20세기 대표적 추상표현주의 화가 마크 로스코에서 현대 IT 문명의 아이콘인 스티브 잡스로 이어지는 두 혁명가의 공통적인 철학적 공감은 깊은 ‘명상’과 ‘몰입’이었다. 그리고 여기에서 얻은 두 가지 교훈은 ‘다르게 생각하기’(Thinking different)와 ‘단순화’(Simplification)였다. 그렇다. 생각과 명상의 끝은 복잡이 아니라, 단순으로 귀결된다.서예를 하는 필자의 작업은 참으로 어렵고 힘든 일이었다. 오랜 시간 먹을 갈아야 하는 일이나, 복잡한 필획으로 이루어진 여러 가지 서체의 특징을 파악하고, 휘청거리는 붓으로 흘러내릴 듯하게 먹물을 찍어, 그것도 쉬이 번지는 화선지 위에 임서(臨書)하는 일이야말로 심간(心肝)을 깎는 아픔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키보드나 키패드를 사용하면 다양한 폰트가 쏟아져 나오는 시대에, 말로 해도 음성을 척척 인식하여 글자로 바꿔주는 세상에, 모필로 글씨를 쓰는 일은 어쩌면 어리석고 시대에 뒤떨어지는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명상과 몰입 끝에 얻은 깨달음은 ‘서예는 단순하고 강렬하다’였다. 따지고 보면 검은 먹과 흰 종이가 빚어내는 단순한 흑백의 만남일 뿐이었다.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 흑(黑)은 백(白)이 있으므로 가치가 있고, 백은 흑이 있으므로 온전해진다는 단순한 생각에 이르자 붓에 대한 두려움은 더는 생기지 않았다. 이후로 붓을 잡는 일은 설렘으로 다가왔고 글 쓰는 일은 행복이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내 인생을 송두리째 붓에게 맡기기로 했다. 명상이 가져다준 치유였고 명쾌한 행복이었다.필자는 키가 작은 편이지만, 25년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의 눈에는 항상 세상에서 가장 큰 사람이 당신의 맏아들이었다. 어머니는 항상 “상호야, 니가 세상에서 제일 크다”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어릴 때는 그러려니 하다가도 중학생이 되어서는 어머니 말씀의 거짓됨을 바로잡을 양으로 나보다 한참 더 큰 친구를 데리고 와서 어머님 앞에 나란히 섰다. 그리고 누가 더 크냐고 물은 즉슨, 어머니는 역시 “상호 니가 더 크다”였다. 이때다 싶어 “눈으로 보고도 거짓말을 하세요?”라며 어머니를 다그쳤다. 냉큼 하시는 말씀이 “이놈아, 너는 키를 땅에서밖에 잴 줄 모르느냐? 하늘에서 한번 재어 봐라”라고 하시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어머니는 ‘다르게 생각하기’의 선수셨다. 그래서 어려운 살림에도 늘 웃으시며 여유를 보이셨나 보다.필자가 고향을 떠나 객지에 나와 있을 때, 만나면 하시던 말씀도 떠오른다, “봄보리는 볼 뿐이고, 가을보리는 갈 뿐이다”라는 것이다. 봄보리든 가을보리든 키워 보았자 먹을 게 별로 없듯이, 자식도 키워보았자 자식 덕 보기는 글렀다는 말씀이다. 명절에 고향에 내려가면 아버지께서 하시던 말씀도 생각난다. “나무는 큰 나무 밑에서 못 자라도, 사람은 큰 사람 밑에서 자라야 하는 법이다” 또 있다. “남이 쑥떡같이 얘기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야 한다”라는 덕담이었다. 훌륭한 사람을 본받아야 한다는 것과 남의 말을 잘 새겨들으라는 말씀이렷다. 부모님의 덕담을 듣고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은 나이었지만, 아직도 눈에 삼삼하고 귀에 쟁쟁하다. 섣달 지나 설이 또 다가온다. 이번 설 명절에는 차분한 가운데 의미 있는 덕담을 주고받는 게 어떨까. 잠을 자면 눈썹이 센다는 제야의 덕담도 좋고, 새해 아침 덕담도 좋다. 남이 잘되기를 바라는 뜻에서 하는 말을 덕담이라 하지 않는가. 가까운 사람끼리는 그나마 만나서 덕담을 나누기도 하지만, 멀리 떨어져 있는 친지와는 연하장이나 편지로 덕담을 주고받는다. 요즈음은 세월이 좋아 단톡(단체 카톡)으로도 덕담을 나눌 수 있다. ‘덕담(德談)’이라 할 때의 ‘덕 덕(德)’ 자에는 첫째, ‘자축거릴 척(彳)’이 있다. 이는 실천을 뜻한다. 둘째, ‘곧을 직(直)’이 있다. 정직을 뜻한다. 셋째, ‘마음 심(心)이 있다. 덕은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한다. 이 중에서 오늘날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덕목이 있다면 바로 ‘정직’을 들 수 있겠다. 청문회장에서 거짓말이나 모르쇠로 일관하는 전직 관료들을 보면 나라의 앞날이 암담하다. 말 중에 새끼를 잘 쳐서 번식력이 가장 뛰어난 말은 ‘거짓말’이라는 우스개가 있다. 대한민국 청문회장은 어쩌면 거짓말 경마장과 같다.그리고 ‘말씀 담(談)’ 자에 ‘불탈 염(炎)’이 붙어 있다고 하여, 자칫 불꽃이 타오르듯이 서로 논쟁하거나 싸우는 것으로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염(炎)은 불꽃이 남아있는 모닥불이나 화로를 가리키기 때문에 ‘조용한 분위기’를 뜻한다. 따라서 담(談)이란 화롯가에 앉아서 조용하게 이야기를 나눈다는 뜻이다. 가장 일반적인 덕담은 “새해 복(福) 많이 받으세요”이다. ‘복 복(福)’ 자는 하늘이 내리는 복, ‘보일 시(示)’와 내가 노력하여 얻은 복, ‘가득할 복(畐)’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로 볼 때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덕담보다 ‘복 많이 지으세요’라고 하는 덕담이 낫다고 생각한다. 복을 받는 일은 하늘의 뜻이므로 기약할 수 없지만, ‘복 짓는 일’은 각자의 몫이니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연하장에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문구는 ‘근하신년(謹賀新年)’이다. ‘삼가 새해를 축하합니다’라는 뜻이다. 손윗사람에게는 ‘수산복해(壽山福海)’를 많이 쓴다. 수명은 산과 같고, 복은 바다와 같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만사여의(萬事如意)’도 있다. 모든 일을 뜻과 같이 이루시기를 바란다는 의미이다. 손아랫사람에게는 ‘유지경성(有志竟成)’이 인기 있다. 뜻이 있으면 마침내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이 외에도 입신출세의 큰 꿈을 지니라는 뜻의 ‘청운만리(靑雲萬里)’, 몸을 닦고 덕을 기르라는 뜻의 ‘수신양덕(修身養德)’, 땀을 흘리지 않고서는 어떤 일이든 이룰 수 없다는 뜻의 ‘무한불성(無汗不成),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는 뜻의 ‘불광불급(不狂不及)’도 인기가 있다. 나 혼자만이 느끼는 행복보다 함께 나누는 행복이 더 크다. 행복은 결코 남이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 자신이 마음먹기에 달렸다. 명상으로 치유되어 마음이 깨끗한 사람, 덕담을 주고받아 마음이 향기로운 사람, 이런 사람을 만나는 설 연휴야말로 진정한 명절이다.
2017.01.25
세계일보 문화기획- 문자로 보는 세상 40- 명절과 기념일, 그리고 국경일
* 대통령- 앙모존숭대통령(仰慕尊崇大統領) 존경하고 숭배하는 대통령을 우러러 사모합니다. 세계일보 문화기획- 문자로 보는 세상 40명절과 기념일, 그리고 국경일2017년에는 명절보다 즐겁고 국경일보다 경사스러운 기념일이 기다리고 있다. 아직 정해지지 않은 공휴일이지만 그날은 대한민국의 앞날을 밝고 희망차게 만들어 줄 감격의 날로 기억될 것이다. 세종대왕과 같은 지혜와 이순신 장군과 같은 기개를 지닌 대통령이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대통령(大統領)! ‘큰 대(大)’ 자처럼 크고도 널리 두루 살필 줄 아는 대통령, ‘큰 줄기 통(統)’ 자처럼 고통(苦痛)의 실타래를 풀어 소통(疏通)으로 국민의 마음을 채워줄 대통령, ‘거느릴 령(領)’ 자처럼 당신의 명령에 온 국민이 머리를 조아리며 따르고 싶은, 그런 대통령을 모실 수 있기를 두 손 모아 빌어본다.유권자들도 투표 직전까지는 촛불을 들든, 태극기를 들든 신랄하게 토론하며 밤을 새워도 좋다. 그러나 성숙한 국민답게 선거 결과에는 깨끗하게 승복하고, 당선자가 멋지게 나라를 다스릴 수 있도록 운신의 폭을 넓혀 줄 줄 아는 그런 선진 국민이 되어야 한다.그리하여 먼 훗날 이번 대선일이 대한민국의 진정한 선진국 진입일, 곧 ‘선진국절’로 지정되기를 기대하면서 우리의 전통 명절과 기념일, 그리고 국경일에 대하여 즐거운 마음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동양에서는 예로부터 하늘과 땅, 해와 달, 낮과 밤, 남자와 여자처럼 모든 것을 ‘양(陽)’과 ‘음(陰)’으로 구분하여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음과 양은 대립적이지만 상보적 관계로서 일체 만물은 음양 이기(二氣)에 의해 생장 소멸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오행도 목(木)·화(火)는 양에, 금(金)·수(水)는 음에, 토(土)는 그 중간에 있어 이들의 상생과 상극, 소멸과 성장으로 천지의 변화와 길흉이 일어난다고 믿어왔다.‘그림자’와 ‘햇빛’의 이미지로 나타낸 음양(陰陽)이라는 두 글자는 만물을 생성케 하는 핵심요소이다. 이는 현대 과학에서 빛이 ‘입자’와 ‘파동’의 이중성을 지니지만 상보적인 관계에 있는 것과 같으며, 2진법으로 표현되는 컴퓨터 언어와도 그 원리가 서로 통한다. 음양오행설은 철학이라기보다 우주와 자연, 그리고 인생을 바라보는 하나의 사유의 틀이었다. 이 사상은 수리관(數理觀)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1·3·5·7·9는 양의 수, 2·4·6·8·10은 음의 수로 여겼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홀수를 천수(天數) 또는 길수(吉數), 짝수를 지수(地數) 또는 흉수(兇數)로 간주했다. 명절(名節)이란 ‘유명한 날’, ‘이름난 날’의 뜻으로 민속적으로 해마다 일정하게 지키며 즐기거나 기념하는 날을 말한다. 전통적으로는 ‘설날(1.1)’, ‘삼짇날(3.3)’, ‘단오(5.5)’, ‘칠석(7.7)’, ‘중양절(9.9)’ 등과 같이 똑같은 홀수인 길수가 만나는 날을 명절로 여겼다. 그러나 명절과 세시풍속도 시대가 바뀌면서 급속히 바뀌어 오늘날은 공휴일로 지정된 명절과 그렇지 않은 명절로 크게 나뉜다. 법정 공휴일로 지정된 명절로는 ‘신정’, ‘설날’, ‘추석’뿐이고, 그렇지 않은 명절로는 ‘제석’, ‘정월 대보름’, ‘머슴날’, ‘삼짇날’, ‘한식’, ‘단오’, ‘유둣날’, ‘칠석’, ‘백중’, ‘한가위’, ‘중양절’, ‘동지’ 등이 있다. 날이 밝아오거나 어두워 오는 것을 뜻하는 한자의 발음은 똑같이 /명/이다. 전자에 해당하는 글자는 ‘밝을 명(明)’이고 후자에 해당하는 글자는 ‘어두울 명(冥, 暝, 溟)’이다. 날이 어두우면 손짓으로 사람을 부를 수 없으므로 이름을 불러야 하는데, 이런 상황을 잘 보여주는 글자가 ‘이름 명(名)’이다. 명(名) 자는 달이 막 떠오르는 모습의 ‘저녁 석(夕)’과 ‘입 구(口)’로 이루어져 있다./명/이란 발음은 울림이 크다. 그래서 새끼리 울며 서로 교신하는 것은 ‘울 명(鳴=口+鳥)’이고, 사람이 사람에게 명령하는 것은 ‘명령 명(命=口+令)’이다. 그래서 사람, 사물, 사건 등의 대상에 이름을 지어 붙이는 것을 ‘명명(命名)’이라 한다. 종소리의 울림을 크게 하려고 종 밑에 항아리를 묻었듯이, 그릇에 입을 대고 말하면 울림이 크므로 그릇도 명(皿)이다. 명절(名節)의 ‘이름 명(名)’은 사회적 약속이므로 쉬이 바뀌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름을 더 오래 기억하기 위해 금속에 글자를 새기기도 했는데 이를 ‘새길 명(銘)’이라 하고, 새긴 글은 명문(銘文)이라 했다. 가장 어려운 새김질은 ‘명심(銘心)’이다. 마음에 새긴 일은 본인만이 알 수 있다. 우리 속담에 ‘명심하면 명심 덕(德)이 있다’라고 했다. 마음을 다잡은 만큼 이익이 있다는 말이니, 연초에 세운 계획을 수시로 검토하고, 반드시 실천할 것을 명심해야 한다. 마음이란 얼마나 믿을 게 못되면 ‘똥 누러 갈 때 마음과 똥 누고 올 때 마음이 다르다’라고 했을까. 작심삼일(作心三日)은 그나마 낫다 하겠다.명절의 ‘마디 절(節)’은 ‘대마디’의 뜻에서 출발하여, ‘관절, 예절, 절제, 절약, 절개, 단락, 계절, 명절(名節)’ 등과 같이 엄청난 의미확대가 이루어졌다. 대마디에서 뼈마디인 ‘관절(關節, joint)’로의 의미확대는 쉬이 이해가 간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대마디처럼 질서가 있고 관절을 굽혀 표하는 것을 ‘예절(禮節, propriety)’이라 한다. 예절을 지키더라도 정도에 넘치지 않게 언행을 알맞게 조절하는 것은 ‘절제(節制)’이고, 물질적으로 알맞게 조절하는 것은 ‘절약(節約)’이다. 신념을 굽히지 않고 대마디처럼 굳게 지키는 태도는 ‘절개(節槪)’라 한다. 글이나 노래에도 대마디처럼 구획이 있으니 ‘단락’ 또는 ‘절(節)’이라 하고, 일 년을 구분하면 ‘계절(季節)’로 나뉜다. 명절(名節)도 해마다 일정한 날을 기념하거나 즐기기 위하여 정한 날이므로 규칙성에서는 대마디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개교기념일, 창사기념일처럼 명절과는 다른 ‘기념일(紀念日)’이 있다. 기념일이란 축하하거나 기릴 만한 일이 있을 때 그 날을 기억하자는 뜻에서 만든 날이다.공휴일인 법정기념일은 ‘어린이날’과 ‘현충일’뿐이지만, 이 외에 ‘식목일’, ‘4·19혁명 기념일’, ‘근로자의 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환경의 날’, ‘국군의 날’, ‘노인의 날’, ‘체육의 날’, ‘경찰의 날’, ‘문화의 날’, ‘순국선열의 날’, ‘무역의 날’ 등의 각종 기념일을 포함하면 연중의 기념일은 모두 60여 개나 된다. 종교기념일로는 부활절, 석가탄신일, 크리스마스 따위가 있다.기념일(紀念日)은 한자를 달리하여 기념일(記念日)이라고도 쓴다. ‘벼리 기(紀)’ 자는 ‘뒤섞인 실타래를 풀어서 실마리를 정리하다’ 또는 ‘일이나 글의 뼈대가 되는 벼리’의 의미이고, ‘생각 념(念)’ 자는 ‘언제나 지금처럼 마음 깊이 생각하여 잊지 않음’을 뜻한다. 따라서 기념일이란 뜻깊은 일을 오래도록 잊지 않고 마음속에 꼭 간직하기 위하여 만든 날이다.국경일(國慶日)은 나라의 경사를 기념하기 위하여, 국가에서 법률로 정한 경축일로 우리나라에는 ‘삼일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등의 5대 국경일이 있다. 국경일에는 집집이 국기를 게양한다.‘경사 경(慶)’을 살펴보면 ‘사슴 록(鹿)’, ‘마음 심(心)’, ‘천천히 걸을 쇠(夊)’의 합자이다. 그렇다면 경사스런 일에는 축하의 마음과 함께 사슴 가죽과 같은 선물을 가지고 간다는 얘기인데, 이 글자가 만들어졌을 당시에는 아마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 없었나 보다.연중 가장 큰 명절인 설날이 온다. 국민이 마음 편히 윷놀이하고 널뛰기할 수 있도록 나라 기강이 우뚝 설 날이 온다면 참 좋겠다. 아마 이번 설날은 선물 보따리는 작지만, 얘기 보따리는 가장 큰 명절이 되리라.
2017.01.19
세계일보 문화기획- 문자로 보는 세상 39- 국가의 두 눈, 검찰과 경찰
세계일보 문화기획- 문자로 보는 세상 39국가의 두 눈, 검찰과 경찰 들메끈이란 신이 벗어지지 않도록 신을 발에다 동여매는 끈을 가리킨다. 먼 길을 가거나 위험한 산길을 오르내리기 위해서는 들메끈을 단단히 조여 매야 한다. 오늘날의 신발은 공학적으로 잘 만들어져서 벗겨지지 않지만, 옛날의 신발은 잘 벗겨졌기 때문에 들메끈이 꼭 필요했다. 북한에서는 이를 ‘신들메’라고 한다. 맨발보다 신을 신고 뛰어야 더 빨리 달릴 수 있을 텐데, 속담에 ‘신을 벗고 따라가도 못 따라간다’라는 말이 있는 것을 보면, 옛날에는 맨발로 뛰는 것이 더 빨랐거나, 아니면 신을 신고 들메끈까지 매는 데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상대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신을 벗고 따라가는 쪽이 더 빠르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대한민국은 지금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외교, 국방 등 어느 것 하나 발에 맞는 신발이 없다. 그래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들메끈을 바짝 동여매야 한다. 그런데 ‘청탁금지법’만은 들메끈을 지나치게 조이게 매어 발에 상처가 날 지경이기도 하다.‘해현경장(解弦更張)’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거문고의 줄을 바꾸어 맨다’라는 뜻으로, 이 말은 ‘동중서전(董仲舒傳)’에 나온다. 한나라 경제 때의 동중서가 뒤이어 즉위한 무제(武帝)에게 올린 글로 느슨해진 것을 긴장하도록 다시 고치거나 사회적, 정치적으로 제도를 개혁(改革)해야 함을 비유해서 이르는 말이다. “지금 한나라는 진(秦)나라의 뒤를 계승하여 썩은 나무와 똥으로 뒤덮인 담장과 같아서, 아무리 이 나라를 잘 다스리려고 해도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습니다. 법이 나오면 간사한 짓이 발생하고, 명령을 내리면 속임수가 일어나서 마치 뜨거운 물로 끓는 것을 그치게 하는 것과 같고, 땔감을 안고서 불을 끄려고 하는 것과 같아서 힘을 들이면 들일수록 무익할 뿐입니다. 이를 비유하자면 거문고의 소리가 맞지 않으면 심한 때는 반드시 줄을 풀어서 고쳐 매어야만 연주가 가능한 것과 같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정치를 해도 제대로 행하여지지 않는 경우가 심하면 반드시 법을 바꾸어 개혁함으로써 교화를 베풀어야 다스려지는 것입니다. 새롭게 줄을 매어야 할 때 새롭게 매지 않는다면 아무리 훌륭한 악사가 있다 하더라도 연주를 잘할 수 없듯이, 개혁해야 할 때 개혁하지 않으면 아무리 훌륭한 현인이 나타난다 하더라도 나라를 잘 통치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한나라가 천하를 차지한 이래로 나라를 잘 다스리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잘 다스릴 수 없었던 것은 개혁해야 할 때를 잃고 개혁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한 무제는 고조선에 한사군(漢四郡)을 설치하는 등 우리로서는 기분 나쁜 황제이지만 한나라 처지에서 보면 가장 강성한 국가를 건설한 황제였다. 조선 시대 말기에 발생한 갑오경장(甲午更張:갑오개혁)의 명칭도 여기서 유래했다. 해현경장(解弦更張)의 해(解) 자는 牛(소 우)와 角(뿔 각)에 刀(칼 도)의 합자(合字)로서 소의 ‘살과 뼈를 따로 바르다’에서 ‘물건을 풀어헤치다’, ‘물건을 가르다’의 뜻으로 바뀌었다. 지금 대한민국은 거문고의 줄을 바꾸어 매야 한다. 먼 길을 안전하게 가기 위해서는 들메끈을 매어야 한다. 지금 그 역할을 하는 기관은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국가적으로 어려운 때일수록 공공질서를 보장하고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하고 있는 경찰 또한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검찰(檢察)과 경찰(警察)이라는 말에는 공통으로 ‘살필 찰(察)’ 자가 들어있어서 국가의 두 눈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돌림자가 있는 것을 보면 마치 형제처럼 느껴진다. 검찰과 경찰, 양찰(兩察)의 주된 역할은 국가와 국민의 앞길을 잘 살펴 넘어지거나 쓰러지지 않도록 하는 데에 있다. 한자 중에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제정일치 시대 제의(祭儀)에서 비롯한 글자가 많은데 ‘살필 찰(察)’ 자도 그중의 하나다. 찰(察) 자는 ‘집[宀] 안에서 제사상[示]에 고기[⺼]를 손[又]으로 올리는 모양’으로 제사 지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살피다’의 뜻은 제사상의 제물을 잘 살핌에서 왔다고 본다. 그러면 검찰의 ‘검사할 검(檢)’과 경찰의 ‘경계할 경(警)’의 차이는 무엇일까. ‘범죄를 수사하고 공소를 제기하며 재판을 집행하는 사법관’을 가리키는 ‘검사(檢事)’나, 살피고 조사한다는 뜻의 ‘검사(檢査)’에서 똑같은 ‘검사할 검(檢)’자를 쓰고 있다.검사(檢査)라고 할 때의 ‘검사할 검(檢)’ 자는 어딘가 모르게 친숙한 글자라고 생각했더니, 초등학교 시절 담임선생님께서 숙제 검사의 표시로 파란 스탬프로 찍은 동그란 도장 안의 ‘검(檢)’ 자가 떠오른다. ‘나무 목(木)’과 ‘여러 사람이 모여서 함께 말하다’라는 의미의 ‘다 첨(僉)’ 자가 합하여 이루어진 검(檢) 자는 옛날 중국의 조정에서 귀한 문서를 나무 상자에 넣어 칼로 표시해 두고 다 함께 확인한 데에서 유래한 글자이다. 사람을 벌하려면 여럿이서 죄상을 두루 살피고 법을 적용함에 확인하고 또 확인해 보라는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죄를 살피고 또 살펴도 잘못되거나 억울한 일이 있을 수 있으므로, 하급 법원의 판결에 따르지 않고 상급 법원에 재심을 요구하는 상소(上訴) 제도가 있는 것이다.김 첨지, 박 첨지 등에서처럼 성 아래에 붙는 첨지(僉知)는 ‘여러 사람이 모두 아는 사람’이란 뜻으로, 특별한 사회적 지위가 없는 나이 많은 남자를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경계할 경(警)’ 자는 ‘공경할 경(敬)’과 ‘말씀 언(言)’의 합자이다. 경(敬)에는 ‘엄숙’ ‘신중’의 뜻이 있으므로 경(警)은 ‘엄숙히 말하다’ ‘신중히 말하다’ 등의 뜻이 들어있다. 다시 말하면 경(警) 자에는 말로써 엄숙히 경계한다는 뜻으로 예방의 의미가 짙다. 경찰관의 제복과 모자를 눈에 잘 띄게 디자인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보면 틀림없다. 여러 친구로부터 똑같은 카톡 문자가 왔다. 오는 2월 1일부터는 횡단보도 정지선을 넘으면 6만 원 범칙금에 벌점 10점까지 받게 된다는 것, 혈중알코올농도가 0.2% 이상이면 최고 1천만 원 벌금에 1년 이상 3년 이하의 징역이라는 등의 내용이었다. 경찰 5천 명이 투입되어 집중 단속 예정이라는 것도 덧붙였다. 엄숙한 경계의 소리이다. 그물을 쳐 놓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사전 예방의 목적이 크다 하겠다. 부정부패에 찌든 나라, 법을 이현령비현령으로 운용하는 나라일수록 검찰과 경찰은 절대 권력 조직이다. 후진국을 여행할 때마다 거리에서 만나는 비만자는 경찰이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권력자들은 예외 없이 제일 먼저 검경 쌍찰을 장악하여 수족으로 삼고, 검경은 권력자의 하수인 노릇을 하며 국민 위에 호가호위해 왔다. 최순실 국정농단사태를 조사하기 위한 특별검사진이 구성되어 현재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지금까지 검찰의 칼은 무나 배추 한 포기도 자르지 못할 정도로 무뎠다. 권력의 시녀나 다름없었다. 이번에 구성된 검사는 특별하니 그 칼날 또한 더욱 번뜩이리라. 단군 이래 최대 국기 농단 사건을 요리하는 데에는 정의로운 서릿발 칼날이 필요하다.그리고 이왕 내디딘 걸음이라면, 빨리 가기보다 정확한 방향 설정이 중요하다.
2017.01.12
제24대 한국미술협회 이사장에 이범헌씨 당선
이범헌(55) 한국미술인희망포럼 대표가 제24대 한국미술협회 이사장에 당선됐다.한국미술협회는 2017년 1월 7일(토) 오후 2시부터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 등에서 치러진 선거에서이 대표가 3239표를 얻어 다른 세 후보를 꺾고 이사장에 당선됐다고 밝혔다. 홍익대학교 미대 동양화과 출신인 그는 이번 선거에서한국미술협회 독립성 확보, 소통하는 미협, 복지 많은 미협, 사업하는 미협 등을공약으로 내걸었다. 임기는 4년이다. 참고로, 네 후보의 선거 공약 사항을 살펴보기로 한다.------------------------------------------------기호 1번 신제남 - 1(일) 잘하는 으뜸 일꾼, 신제남실추된 미협위상 바로 세우고 빼앗긴 권익 참주인께 되찾아 드리겠습니다.실천할 수 있는 공약이 최고의 공약입니다.3만 회원님들의 작은 소망!!신제남이 꼭 이루어 드리겠습니다. 회원권익 올리고미협위상 살리고미술인 자존심 지키고 Go!! 미술인의 당당한 위상과 권익을 되찾고, 미술협회의 사회 문화적 위상과 신뢰를 회복하겠습니다. 함께 만드는 미협! 함께 누리는 권익!- 회원 편의 우선의 행정 실천- 회원권익사업 적극 지원 및 창출- 미술대전 혁신 및 협회위상 정립- 협회 재정안정화 구축- 청년작가영입 및 원로작가 예우- 협회자체정화 실천 신제남의 핵심공약함께 만드는 미협! 함께 누리는 권익!신바람 나는 희망미협1. 미협위상 - 미술대전 개혁2. 회원권익 - 협회재정 안정화3. 미술인 자존심 - 사회적 신뢰회복4. 깨끗한 협회 - 협회행정 투명화 1. 회원 편의를 우선으로 하는 협회행정 시행 * 미술인 사랑방, 인사동 갤러리 운영* 지회/지부 회비의 현실화* 여성작가 전시활동 지원 및 우대* 회원경제활동 적극후원 및 지원정책 활성화* 청년, 원로작가 지원 및 예우 확대 2. 미술대전 혁신, 신뢰받는 공모전으로 위상 정립* 공정한 심사, 공모작품 질적수준 향상 등 위상정립 재정립 후 국립현대미술관 전시로 추진* 전국 대학 및 언론사 상대로 미술대전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홍보하여 위상 재정립* 불합리한 운영 제도를 과감히 개선, 협회 임원들의 개입을 차단하고 심사 및 운영위원들의 재선임 불허하여 미술대전의 공정성, 투명성을 확립* 미술대전 각 장르별 운영책임제 도입 3. 협회정화운동 전개로 미협의 자긍심과 위상 재정립* 기타 차기 집행부의 중장기적 미협발전 계획의 연계 실행 기반 조성* 협회의 대내외적 신뢰 회복 후 정부 및 메세나단체 지원으로 협회재정확보 총력* 미협조직 구조조정(임원축소)으로 선거논공행상 폐해 최소화. 임원의 의무감 및 청렴도 강화* 감사위원 기구 확대로 협회행정 철저 감시 및 투명성 확립 기호 2번 이광수 - 개혁의 새바람! 3만 5천여 회원님과 함께 만들겠습니다.생각이 다르다!미협이 바뀐다!조형예술학 박사 2 이광수이번에는 2번이 확 바꾸겠습니다! 미술인을 위한 참된 일꾼 이광수가 함께하겠습니다!1. 강력하고 투명한 미협을 만들겠습니다!2. 미술인 복지와 위상정립에 앞장서겠습니다!3. 합리적으로 제도를 개선하겠습니다!4. 새로운 시스템을 정착시키겠습니다!5. 미술문화 선진국 기틀을 마련하겠습니다!6. 깨끗하고 행복한 미협을 만들겠습니다! 1. 미술협회 경영사업2. 미술협회 복지증진3. 미술인의 위상정립4. 미술대전 운영개선5. 미술협회 조직개선6. 미술교육 개혁수립7. 전국미술출제 개최8. 미술가 출신 정치인 배출 긍정의 힘과 뜨거운 마음으로 새로운 미협의 가치를 함께 만들겠습니다!이광수 후보 5대 핵심 공약1. 미술협회 경영사업과 미술인 복지정책2. 미술협회 미술대전 운영개선(투명성 확보)3. 미술협회 분과별/지회, 지부 독립 체제 구축4. 미술인 자격제도 및 작가 지원 제도 확립5. 미술협회 전용 미술관 설립 추진 기호 3번 최성규- 미술인의 양심!!!- 깨끗한 미협!!!3만 3천 회원을 위한 정책·기획 행정으로생산적 미협을 만들겠습니다. 최성규는 할 수 있는 것만 약속합니다.TF팀 구성으로 회원 누구나 참여하고 공유하는 미협!!!1. 다양화된 전시 기획 및 해외전을 기획하여 함께 참여하고 공유하는 미협2. 인사동에 회원 민원센터 운영3. 회원 가입 25년이면 누구나 회비 면제4. 상임자문위원회를 구성하여 정책결정 역할 강화5. 지회 지부장 명칭을 지자체 사업 추진에 맞게 변경 시장 소통형 행정으로 온라인 및 오프라인 작품 판매 라인 구축신뢰와 도덕성 회복으로 명예와 권위의 청정 미협 구현회원 역량 강화로 국내외 기획전 참여하는 글로벌 선진 미협 실현 최성규와 함께하는 혁신과 안정의 3대 실천 공약정책으로 실현하는 복지미협 - 정부 문화 예산 유치를 통한 창작지원 혜택 확대시대를 선도하는 글로벌 선진미협 - 작가가 사회적 요구자가 아닌 가치 선도자로서의 위상 구현명예와 권위의 행정미협 - 미술대전 혁신과 투명한 행정으로 회원의 소속감과 사회적 위상 회복 미술대전은 우리 미술인의 권위와 명예입니다.* 봄에는 서예·문인화 대전으로, 가을에는 구상·비구상 통합대전으로 대규모 미술축전을!* 심사위원 자력제도 부활* 미술대전에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으로 사회적 참여와 홍보 극대화* 대한민국 미술 평론 공모를 실시하여 작품과 소장자를 연결시켜 줄 자체 인재 발굴 육성 청년작가 창작지원35세 미만의 회원 가입자는 입회비 면제청년미술 창자지원 확대현장 소통형 미술시장 개장으로 창작 동기 부여청년 작품발표를 위한 작은 갤러리 운영 기호 4번 이범헌- 희망을 현실로대한민국미술인 희망동행! 정직한 일꾼 이범헌이범헌의 한국미술인 러닝 프로젝트- 힘있는 미협건설, 미술인 권익 복지 실현, 회원님을 진짜 주인으로 독립적인 미협 소통하는 미협복지많은 미협사업하는 미협 1. 독립 - 한국미술협회의 자존과 독립성을 학보하겠습니다.미술협회와 지회, 지부의 권한을 격상시키겠습니다.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와 운영을 혁신하겠습니다.미술협회 전용미술회관을 반드시 확보하겠습니다.지회별 회원전용 갤러리를 마련하겠습니다. 2. 사업 - 미술인이 잘 사는 세상, 만들겠습니다.미술인 DB 및 회원작품 판매시스템을 구축하겠습니다.중진, 원로작가 아트뱅크를 건립하겠습니다.한국미술협회 산하 미술교육기관을 설립하겠습니다.대외사업을 위한 협력추진단을 신설하겠습니다. 3. 복지 -회원의 복지가 최우선입니다.미술인후원 기업과 지자체를 유치하겠습니다.미술인 구인구직센터를 설럽하겠습니다.미술인을 위한 복지제도를 확대하겠습니다.미술인을 위한 복지기금을 마련하겠습니다. 4. 소통 - 듣고, 뛰고, 섬기며 일하겠습니다.국내외 SNS를 통한 마케팅을 하겠습니다.청년작가 지원정책을 확대하겠습니다.중장년작가 희망센터를 운영하겠습니다.미술협회 인사동분관을 설치하겠습니다.
2017.01.09
세계일보 문화기획- 문자로 보는 세상 38 - 덕금(德禽)을 닮은 정치 지도자
세계일보 문화기획- 문자로 보는 세상 38동방을 밝혀 줄 떠오르는 태양- 덕금(德禽)을 닮은 정치 지도자 붉은 닭띠 새해의 첫 주간이다. 해넘이와 해맞이를 위해 국민안전산악회 회원 및 아청안전지도사들과 함께 변산반도를 찾았지만, 잔뜩 찌푸린 날씨 탓에 지는 해도 뜨는 해도 보지 못했다. 하지만 분명히 저 구름 뒤에서 이글거리는 태양은 또 그렇게 지고 떴을 것이다.논리적 근거가 없음에도, 흐린 날씨를 두고 청와대를 거점으로 한 국정 농단의 흐린 정국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동력 잃은 한국호에 대한 지나친 염려 탓인가, 아니면 나쁜 생각인가. 지난여름의 천둥이 뇌성과 번개를 동반한 하늘의 아픔이었다면, 겨울의 국정 농단은 함성과 불길을 동반한 광장의 아픔이었다. 아픈 만큼 성숙하리란 위험한 진리를 믿고, 웬만한 통증은 참아야 하는가. 장기화, 양극화되어가는 광장의 함성으로 국민과 언론의 목은 쉬어가고, 꺼지지 않는 촛불로 밤잠의 안식을 놓친 정치와 경제는 혼미한 지경에 이르렀다.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은, 지나간 일 돌이켜 걱정하는 사람과 다가오지도 않은 일을 당겨서 걱정하는 사람이라 했다. 그럼에도 올해는 어리석은 사람이 되고 싶다. 두 눈 똑바로 뜨고, 두 귀 쫑긋 세우고 세상 돌아가는 형국을 살피며 나쁜 생각을 하고 싶다. 그리하여 수탉처럼 목청껏 세 번 소리 지르고 동방(東邦)을 밝혀 줄 떠오르는 태양을 맞이하고 싶다.닭은 새벽을 부르고 새벽은 광명을 부르며, 광명이 어둠을 몰아내면 온갖 잡귀는 어둠과 함께 도망친다. 대장 수탉이 홰를 치고 울면 온 세상의 닭들도 따라 운다. 세 번 울면 여명이 온다. 닭의 울음소리는 이 땅의 모든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경사로운 일만 넘치게 한다는, 벽사진경(辟邪進慶)의 의미가 담겨 있다. 이 닭의 울음소리에 잠을 깬 우리 선조는 첫새벽에 정화수를 떠 놓고 빌었으니, 여기에는 나라와 백성이 재앙은 멀리하고 행복을 불러들이길 바라는 원화소복(遠禍召福)의 의미가 담겨 있다. 닭은 12지(支) 중에 날개를 달고 있는 유일한 동물로, 닭의 시간을 유시(酉時)라 하며 오후 5시~7시 사이를 가리키는데 이때는 대개 닭이 홰에 올라가는 시간이다. 선조는 닭을 ‘하늘과 지상을 연결하는 길조(吉鳥)’라 여겼다. 그리하여 닭은 지명이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데, 국토지리정보원(원장 최병남)에 의하면 우리나라 140만여 개의 지명 중, 닭실마을, 계룡산, 계명산, 계족산 등과 같이 닭과 관련된 지명으로 293개가 있다.동양화나 민화에서 하늘을 보고 우는 수탉이 모란과 함께 있으면 ‘부귀공명(富貴功名)’을 뜻한다. 이때 모란은 부귀(富貴)를, 수탉은 공명(功名)을 상징한다. 동양화는 보는 게 아니라 ‘읽는다’는 말이 있다. 이는 발음으로 읽어야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를테면 수탉은 중국어로 공계(公鷄)라 하는데, 여기서 ‘공(公)’은 ‘공 공(功)’으로 읽고, ‘명(鳴)’은 ‘이름 명(名)’으로 읽어야 비로소 ‘수탉이 욺’은 ‘공명(功名)’의 뜻임을 알 수 있다. 수탉의 붉은 ‘볏’은 ‘벼슬’과 발음이 비슷하여 ‘입신출세(立身出世)’를 뜻한다. 맨드라미의 별명이 ‘계관(鷄冠)’인데 이는 모양이 닭의 볏과 비슷한 데에서 온 말이다. 만약 수탉과 맨드라미를 함께 그리면, ‘관 위에 또 관을 더 한다’는 뜻의 ‘관상가관(冠上加冠)’이 된다. 닭을 호랑이와 함께 그려 대문이나 집안에 붙이기도 했는데 이는 ‘벽사초복(辟邪招福)’을 바라는 뜻에서다. 만약 암탉과 여러 마리의 병아리를 함께 그리면 ‘자손 번창’을 바라는 그림으로 읽어야 한다. 중국 전한의 학자 한영(韓嬰)이 쓴 해설서인 ‘2권’에서는 닭이 문(文), 무(武), 용(勇), 인(仁), 신(信) 등의 오덕(五德)을 지녔다 하여 닭을 가리켜 ‘덕금(德禽)’이라 하였다.수탉을 보면, 머리에 관을 쓰고 있으니 문(文)이요, 발에는 날카로운 발톱이 있으니 무(武)요, 적이 앞에 있으면 용감히 싸우니 용(勇)이요, 먹이를 얻으면 서로에게 알리니 인(仁)이요, 밤을 지키며 때를 놓치지 않으니 신(信)이다. (首戴冠者文也 足搏距者武也 敵在前敢鬥者勇也 得食相告仁也 守夜不失時信也…雞有此五德)특히 먹이를 두고 무리를 불러 모음과 밤을 지켜 제때에 울며 대자연을 모닝콜로 일깨움은 가볍게 보아 넘길 수 없는, 인간보다 뛰어난 실증적이고 감동적인 대목이다.인간에게는 인(仁), 의(義), 예(禮), 지(智), 충(忠), 신(信), 효(孝), 제(悌) 등의 팔덕(八德)이 있지만, 항상 말보다 실천이 문제가 된다. 병가(兵家)에서는 무사가 지켜야 할 오덕(五德)으로 지(智), 인(仁), 용(勇), 신(信), 엄(嚴) 등이 있다. 닭과 인간의 공통 덕목은 인(仁)과 신(信)인데, 현존 위기의 한국호 선원들이 진정으로 지켜야 할 덕목이라고 판단된다. 닭처럼 매일 세 번 큰 소리로 외쳤다면 작금의 국난은 미리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게다가 닭은 배고픈 인간에게 완전식품인 계란을 제공하니 ‘긍휼(矜恤)’이요, 인간을 위하여 각종 독충을 잡아먹으니 ‘이타(利他)’요, 죽어서도 불닭·닭고기튀김(fried chicken)·닭볶음탕(닭도리탕) 등으로 자신의 온몸을 온전히 인류에게 바치니 ‘희생(犧牲)’의 덕목을 추가할 수 있다. 이 세 가지를 더하면 닭에게도 팔덕(八德)이 있다 하겠다. 닭의 굴욕(屈辱)은 아무래도 머리 나쁜 사람을 가리켜 ‘닭대가리’라고 하는 데에 있다. 닭의 분통(憤痛)은 ‘닭 잡아먹고 오리 발 내미는 행위’에 있다. 그렇잖아도 모든 닭이 12년 만에 맞이하는 닭의 해를 맞이하여 축배를 올려야 할 판에, 청문회를 보노라면 국가적 대혼란의 주역들은 큰 잘못을 저지르고도 오리발을 내밀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으니 ‘해까닥(닭)’ 할 판이다. 닭의 최대 치욕(恥辱)은 철새들이 옮겨놓은 AI로 거의 모든 종족이 혼쭐마저 놓으며 ‘꼴까닥(닭)’해야만 하는 데에 있다. 공교롭게도 공포로 다가오는 두 가지 AI가 있는데, 하나는 ‘조류 인플루엔자’(avian influenza)이고, 또 하나는 ‘인공 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다.‘까마득한 날에 / 하늘이 처음 열리고 /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이육사 시 ‘광야(曠野)’의 1연으로 문명의 새벽을 말하고 있다. ‘지금 눈 내리고 /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4연으로 시련과 고난이 끊이지 않는 힘든 상황을 노래하고 있다. 올해는 이 땅에 닭 우는 소리 힘차게 들려, 백성을 위하는 정치의 새벽이 오고,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덕금(德禽)을 닮은 정치 지도자가 나타나길 간절히 기원한다.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한용운의 ‘님의 침묵’ 구절이다. 이제는 지난날의 모든 아픔을 날려 보내고 모든 국민이 심기일전(心機一轉)하여 새 희망을 얘기하도록 하자.지나고 나면 슬픔과 아픔조차 그리워진다고 했다. 이번에는 백성의 소리에 진정으로 귀 기울이고, 마음으로 서로 신뢰하며, 무엇보다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에 여생을 바칠 각오가 되어 있는 그런 성실한 대통령을 모셨으면 참 좋겠다. 임기가 끝난 뒤에 더 인기 있고, 더 바쁜 그런 대통령께서 어디 계실까?
2017.01.05
세계일보 문화기획- 문자로 보는 세상 37- 해 뜨는 나라, 동방에서 닭이 운다
세계일보 문화기획- 문자로 보는 세상 37해 뜨는 나라, 동방에서 닭이 운다수렵사회 기준으로 보면 십간(十干) 속에는 ‘수렵 생활의 모습’이 훤히 드러난다. 갑(甲)은 가죽옷, 을(乙)은 새나 물고기, 병(丙)은 도마 또는 구이 돌판, 정(丁)은 돌덩이나 쇳덩이, 무(戊)는 자루가 긴 도끼나 창, 기(己)는 기다란 끈, 경(庚)은 무기 보관대, 신(辛)은 짧은 칼이나 송곳, 임(壬)은 남겨 둔 먹거리나 실꾸리, 계(癸)는 화살 등과 같이 유추해 볼 수 있다. 이와 달리 농경사회에 와서는 십간(十干)을 ‘식물의 일생’으로 볼 수도 한다. 갑(甲)은 갑갑한 껍질을 뚫고 씨앗이 발아하는 모습, 을(乙)은 온기를 받아 씨앗이 땅을 뚫고 나오는 모습, 병(丙)은 밖으로 나와 자란 줄기가 가지를 뻗는 모습, 정(丁)은 우뚝 자라 정정한 모습, 무(戊)는 무성하게 자란 모습, 기(己)는 열매 맺어 드리운 모습, 경(庚)은 추수하는 농기구, 신(辛)은 열매를 자르거나 쪼개는 도구, 임(壬)은 종자 씨, 계(癸)는 파종 등과 같이 생각할 수 있다.문제는 여기에서 성공(成功)이라 할 때의 ‘이룰 성(成)’ 자를 어떻게 풀이할 것이냐이다. 성(成)은 정(丁)에 무(戊)를 더한 글자로, 수렵사회 기준으로 보면 돌덩이를 뜻하는 정(丁)과 도끼를 뜻하는 무(戊)가 있으니 짐승을 잡을 성공 확률이 높다는 의미가 된다.그러나 농경사회 기준으로 성(成) 자를 보면, 우뚝 자란 식물을 뜻하는 정(丁)에서, 성장의 완성을 의미하는 ‘무성하다’는 의미의 무(戊)까지 무탈하게 가꾼 것을 성공(成功)으로 본 것이다.그런데 왜 여기에서 정(丁)과 무(戊), 그리고 성공을 이야기하는가. 바로 2017년이 정유년(丁酉年)이고 2018년이 무술년(戊戌年)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대한민국은 이 두 해를 잘 넘겨야 진정한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는 성공 국가가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오는 정유년이 각별한 해로 인식되는 것은 대한민국이 성공으로 가느냐, 못 가느냐의 갈림길에 서는 중요한 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병신년(丙申年)이 저물고, 정유년(丁酉年) 새해가 밝아온다. 엄밀히 말하면 고대에는 태양이 부활하는 동지(冬至)부터가 새해이었고, 음력으로 치면 정월 초하루 설날부터가 정유년 새해이다. 따라서 12월 31일 밤에 ‘제야(除夜)의 종소리가 울린다’라고 하면 틀린 말이다. 제야는 어디까지나 음력으로 ‘섣달 그믐날 밤’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래서 대안으로 12월 31일은 ‘끝날’로 부름이 어떨까 하고 제시해 본다. ‘끝’이란 말은 시간, 공간, 사물 따위에 두루 사용되는 말이기 때문이다. ‘해[日, sun, daytime]’가 길어졌다가 짧아지는 동안을 ‘해’[年, 歲, year]라고 하고, ‘달[月, moon]’이 밤에 나타나 커지다가 이지러져 사라지는 동안을 ‘달’[月, month]이라 한다. 물론 학교에서는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동안을 ‘한 해’라 하고, 이를 다시 ‘열두 달’로 나눈다고 배웠다. ‘해’의 고어 ‘ᄒᆡ’는 ‘ᄒᆞ이’의 준말이다. ‘ᄒᆞ이’의 원형 ‘ᄒᆞᆮ’은 영어 ‘hot’과 발음이 비슷해 감탄하게 된다. ‘희다’[白]의 고어 ‘ᄒᆡ다’는 ‘ᄒᆡ’라는 명사에서 전성된 것으로 보인다. 해는 빛으로 일을 ‘ᄒᆞ고’, 달은 매일 크기를 조금씩 ‘달리’ 하면서 자태를 뽐낸다. 여기에서 해는 ‘하다’와 달은 ‘다르다’와 의미상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하고 추정해 본다. 공전 각도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서울을 기점으로 동지를 지나 하지까지는 매일 약 1분 42초씩 낮이 길어지고, 그믐 지나 보름까지 달이 떠 있는 시간은 매일 약 48분씩 길어진다. 이는 인간의 삶도 매일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우주의 가르침이 아닐까.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 로마서 12장 2절 말씀이다.병신년(丙申年) 원숭이해를 돌이켜 본다. 연초에는 원숭이처럼 신속하게 경기침체의 수렁에서 빠져나오는 한 해가 되기를 희망했지만, 안타깝게도 그 꿈은 여러 가지 이유로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트랜드 키워드는 철골로 만든 놀이 시설을 뜻하는 ‘멍키바(monkey bars)’였다. 그런데 원숭이는 멍키바를 제대로 통과하지 못하고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그 상처는 국정논단, 촛불집회, 대통령 탄핵, 새누리당 분당,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강타, 청탁금지법, 북한 핵실험, 해양강국 위상 급락, 5.8도의 지진, 가습기 살균제 등과 같은 불온적인 단어로 점철된 10대 뉴스로 남아있다.그래도 해는 뜬다. 동지 지난 태양은 조금씩 더 밝은 미소로 다가온다. 정유년(丁酉年)의 색깔은 적색이므로 붉은 닭띠의 해가 된다. 내년의 트랜드 키워드는 ‘치킨런’(chicken run)이라는데, 과연 우리 닭이 날아올라 높은 울타리 밖으로 무사히 탈출할 수 있을까. 공교롭게도 닭의 해를 코앞에 두고 오리와 함께 겪는 AI 강타는 최단 시간에 최악의 피해를 내고 말았다. 사상 처음으로 위기 경보 최고단계인 ‘심각’ 발표 이후, 이미 도살처분(屠殺處分, stamping out) 가금류가 2,730만 마리나 된단다. 닭고기를 생산하기 위한 육용계(肉用鷄)는 물론, 달걀을 생산하기 위한 산란계(産卵鷄)와 번식용인 산란종계(産卵種鷄)마저 대량 도살 처분됐다. AI가 재앙 수준의 피해를 낸 것은 방역당국의 늑장대처와 H5N 6형 AI 바이러스의 강한 독성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는데, 큰 사고 뒤에는 늘 인재(人災)가 포함되어 있어 가슴 아프다.경북과 제주를 제외한 전국의 농장으로 퍼진 AI 영향으로 지방 정부들은 끝밤의 타종식을 비롯한 새해 해맞이 행사를 잇따라 취소하고 있다. 포항시 남구 호미곶과 영덕군 삼사해상공원에서 매년 개최해 오던 해맞이 행사도 이번에는 취소한다고 밝혔다. 울산의 간절곶, 창원시의 철새도래지인 주남저수지도 예외가 아니다.정유년(丁酉年) 닭띠 해는 일요일로 시작하여 일요일로 끝난다. 평년(平年)이므로 365일이고, 52주(週) 하고 하루가 남으므로 1월 1일과 12월 31일은 같은 요일이 된다. 그런데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요일(曜日,ようび)이란 명칭은 ‘빛나는 일본’의 의미가 숨어있기 때문에 알고 나면 사용하기가 껄끄러워진다. 더구나 일요일(日曜日, にちようび)은 ‘해가 비치는 일본’의 의미가 된다. 그렇다고 주일(主日)이나 안식일(安息日)이라 하면 기독교 냄새가 강하게 다가온다. 물론 지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일(日)·월(月)에다 태양계 행성 이름이자 오행(五行)에 해당하는 화(火)·수(水)·목(木)·금(金)·토(土)를 더하여 일주일(一週日)을 이룬다고 보아 넘길 수도 있다.그렇다면 한글 단체에서 제시하고, 일부 대학가에서 사용한 바 있는 순우리말 요일 이름을 사용함직도 하다. 일요일은 ‘해날’ 또는 ‘밝날’, 월요일은 ‘달날’, 화요일은 ‘불날’, 수요일은 ‘물날’, 목요일은 ‘나무날’ 또는 ‘남날’, 금요일은 ‘쇠날’, 토요일은 ‘흙날’ 식으로 써도 좋겠다.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함을 송구영신(送舊迎新)이라 한다. 사실 세월은 우리가 맞이하고 보내는 것이 아니라 저 스스로 알아서 오갈 뿐이다. 그래도 근하신년(謹賀新年)의 뜻으로 붓을 잡아 본다.해 뜨는 나라, 동방에서 닭이 우나니 ‘계명동방(鷄鳴東邦)’이로다. 그 수탉의 울음소리 세상에 퍼져 온 천하가 밝아오길 바라나니 ‘웅계일창천하백(雄鷄一唱天下白)’이로다. 인간을 위해 태어나, 인간을 위해 살다가, 인간으로 인해 죽어간 닭이여. 지구 위의 모든 닭이 하루빨리 AI에서 벗어나 건강하고 기쁜 소식을 전해 주길 바라는 뜻에서 군계보희(群鷄報喜)로 붓을 놓는다.
2016.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