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 권상호의 국어야 놀자 13

한글로 부르는 꽃 노래 새 노래

 

인간은 태어나서 말과 짓(행동)만 보여주다가 죽는다. 말과 짓은 본능의 영역이기도 하지만, 대개는 생각과 느낌의 산물이다.

그러면 글은 어디에서 나왔는가? 글은 말에서 나왔으며 말을 적는 수단이다. 글은 말의 내용을 써서 나타낸 결과물이기도 하다. 따라서 말이 없는 글은 없다. 말이 먼저 있고 글은 나중에 만들어졌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글을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 말이 가지고 있는 시간적·공간적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서이다. 한글은 우리말을 적는 수단이다. 한글 창제 전의 우리 선조는 모두 말은 할 줄 알았지만, 어려운 한자를 쓰고 읽을 줄 아는 사람의 수는 지극히 제한적이었다. 이에 세종은 백성과의 소통을 위한 우리말을 제대로 표기할 문자가 없음을 안타깝게 여기고 한글의 전신인 훈민정음을 창제했다. 입으로 소리를 내고 귀로 듣는 말만 사용하다가, 손으로 쓰고 눈으로 보는 글자를 만들고 난 그 감동과 흥분은 얼마나 컸을까.

왕이 백성에게 선물로서 만들어준 한글, 유일하게 창제 과정이 정확하게 기록된 한글, 가장 과학적이고 독창적인 한글, 가장 실용적이고 익히기 쉬운 한글, 정보화 시대에 더욱 편리하고 아름다운 한글, 마침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한글이다.

한글의 으뜸 장점은 익히기 쉬운 글이라는 데에 있다. 정인지 서문에 의하면 지혜로운 사람은 아침나절이 되기 전에 이해하고, 어리석은 사람도 열흘이면 배울 수 있다. (智者不終朝而會 愚者可浹旬而學)’라고 했다. 게다가 지금은 , , , 등의 넉 자가 줄었으니, 24자만 익히면 되지 않는가.

외국인에게 한글을 더욱 쉽게 가르치는 방법은 없을까? ‘기본자음 5(, , , , )의 발음기관 상형, 기본모음의 3(, , )의 천지인 상형을 설명하는 두 장의 그림이면 충분하다. 기본자음 5자의 순서를 달리한 것은 발음기관 위치의 순차적 이동에 따른 것이다. 훈민정음 해례본의 아음(牙音), 설음(舌音), 순음(脣音), 치음(齒音), 후음(喉音)’의 순서보다 , , , 혀뿌리, 목구멍순서로 가르치면 훨씬 이해가 빠르다.

그리고 나머지 자음은 기본자에다 금을 하나씩 더해가면서 지도하면 된다. 영어와 비교해 가면서 모양이 비슷하면 발음도 비슷하다는 점을 이해시키면 한글이 영어보다 더 과학적이라는 사실을 신비롭게 깨닫게 된다.

 

--, --, --, -, -(닮음)

m-b,p-p, s-j-ch, n-d,t-t, g,k-k, ng-h (닮지 않음)

 

모음은 더욱 쉽다. 동쪽에 해가 있으면 ’, 서쪽에 해가 있으면 , 지평선에서 해가 떠오르는 글자는 ’, 해가 지는 글자는 로 설명한다. 해가 동쪽에 있거나[], 해가 떠오르는 모양[]이면 양성모음으로 밝은 소리가 나고, 해가 서쪽에 있거나[], 해가 지는 모양[]이면 음성모음으로 어두운 소리가 난다. ‘밝아, 솟아는 밝은 소리, ‘어두워, 저물어는 어두운 소리가 난다.

, , 와 같은 단모음만 주의하면 나머지 이중모음은 쓰는 순서대로 발음하면 된다. 참으로, 아침에 배울 수 있는 글 아침글’, 화장실에서도 배울 수 있는 글 통싯글’, 상놈의 글이 아닌 선비의 글 언문(諺文)’, 남성 전용이 아닌 여성도 쉽게 배울 수 있는 글 암글이로다. 옳거니.

다음은 ㅎㅏㄴㄱㅡㄹ처럼 풀어쓰지 않고 한글처럼 음절 단위로 모아쓰기를 가르치면 끝이다.

창제 당시는 점·획을 엄정하게 구분하고 있는데, 이는 가획원리에 대한 창제자의 의지가 반영되어 있다고 본다. ‘과 달리 , 의 첫 획은 보다 앞부분이 튀어나왔다. ‘의 첫 획은 점이 아니므로 의 점과는 달리 내리 그어 붙였다. ‘, 에서 나왔기 때문에 중간이 휑하게 비어있고, ‘, 위에 가획했기 때문에 뾰족한 끝을 다치지 않기 위해 살짝 얹어 놓았다.

옛날에는 붓으로 쓰지 않고, 칼로 새겼기 때문에, ‘이라 하지 않고 이라 했다. 획을 획 그으면 이 생긴다. 그어서 씨를 뿌리면 글씨이다. ‘긋다에서 파생된 단어는 ’, ‘’, ‘글씨’, ‘긁다’, ‘그리다’, ‘그림’, ‘그립다’, ‘그리움’, ‘그늘’, ‘그림자’, ‘그을다’, ‘그을음’, ‘()’ 등과 같이 매우 많다. 금을 그으려면 그을음으로 만든 먹이 필요하다.

정보화시대에 오달지고(야무지고) 암팡진(다부진) 한글은 더욱 빛난다. 한글을 온이로(모두) 사용하여 꽃 노래, 새 노래 부르며 마칠까 한다.

 

(기역)은 개나리

(니은)은 나팔꽃

(디귿)은 도라지

(리을)은 라일락

(미음)은 무궁화

(비읍)은 봉선화

(시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