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스치는 차가운 바람에서
쪽빛 높은 하늘에서
잎(입)/leaves(lips)으로 영양섭취를 멈추고
곰처럼 동면에 들어간 나무에게서
떨어진 낙엽에서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따뜻한 커피 한잔에서
그리고 내 마음 깊은 곳에서
가을을 느낍니다.
어제보다 추운 오늘은
분명 가을입니다.
비온 뒤의 오늘은
깨끗하게 늙어야 함을 일깨워 주는
가을입니다.
달력에서 이틀 전 11월 8일자 밑에
立冬이라는 작은 글씨를 발견하는 순간
이미 가을은 아닙니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춥지 않은 가을입니다.
차라리 기다려지는 겨울입니다.
내게 당신이 있고
붓 한 자루만 옆에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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