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수배 飮酒法의 의식과 허식

  술은 '불타는 듯한 화끈한 물'의 의미인 '수불'에서 '수울'을 거쳐 '술'로 정착되어 오늘날의 술의 어원이 되었다는 게 일반론이다. 물과 불은 서로 공유할 수 없는 성격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물은 차가운 이성을 대변하고 불은 뜨거운 감성을 대변한다. 그러나 술은 이 두 가지 성격을 모두 포함하여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 내고 있다. 특히 술을 마시는 사람의 마음과 몸속에 정열의 불길을 만들어 낸다. 인간에게 술은 술이 아니라 예술품으로 창조된 새로운 세계라고 설명하고 있다. 술에 대한 잘못된 이해와 올바른 주도를 배우지 못한 접객문화가 판치는 오늘날, 홀수배 음주법의 의식과 허식을 통해 새로운 주도문화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여유 있게 음주하면서 풍류를 즐기기 위하여 다양한 방법론과 깊은 통찰을 보여주고 있다.

  한 예로 주도에는 1/3/5/7/9의 원칙이 있다. 술잔은 반드시 홀수라야지 짝이 차서는 안 된다는 원리이다. 한잔 술이란 있을 수 없고 석 잔은 좀 적은듯하고 다섯 잔은 적당하며, 일곱 잔은 지나치고 아홉 잔에는 취한다. 잔 수는 어째서 홀수라야 하는 것일까? 달도 차면 기우는 법, 술잔 역시 수치가 꽉 차 버리면 기울게 마련이다. 곧 기울어 버릴 만월보다도 돋아나는 반달을 성스럽게 여기듯이 술잔에도 장차 메워질 여유를 두어야 하기 때문에 꽉 차 있는 짝수보다는 한 구석 비워 있는 홀수를 택하는 것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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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자와 소인의 주작문화

  멀고 먼 옛날 천지의 시초에는 음식과 약(藥)만 있었고 술은 아직 없었다. 술은 신(神)들의 세계에서만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인간의 세계에는 실질(實質)은 있었으나, 문화가 없었고 생활은 야(野)하며 단조로웠다. 후에 성인(聖人)이 나서 인간생활을 널리 살펴보고 먹고사는 일이 뭇 짐승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하여 이를 가엾게 여겨 술을 만들어 내놓았고 그 마시는 법을 일일이 정하였다.

  대저 성인이 술을 마시는 법을 만들 때 천지자연의 법칙에 준거하여 만든 까닭에 군자가 이 법도에 따라 술을 마심으로써 덕을 크게 성취할 수 있다. 혹자(或者)는 말하기를 “술은 인간에 이롭지 않다. 정신을 흐리게 하고 몸을 상하게 한다…”고. 그러나 그것은 그렇지 않다.  술을 마심으로써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은 그 속에 맑음이 있는 것이고, 몸이 피곤해지는 것은 그 속에 굳건함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