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 권상호 나그네 되어 길을 열어가면 여행(旅行)이지만 시(詩)와 함께 길을 찾으면 시행(詩行)이다. 곡우(穀雨) 다음날 문학(文學)보다 인간(人間)의 가치를 더 소중히 여기는 ‘인간과 문학’ 시반(詩伴)을 따라 솔밭공원에서 공중(空中) 부양(浮揚). 4월의 봄산을 타고 도심을 사뿐히 벗어나는 설렘 날이 흐리고 비가 내린다. 곡우에 비 내리면 오곡(五穀)이 기름지고 풍년(豊年)이 든다는데…. 시(詩)를 품고 남(南)으로 흐를수록 탱글탱글 단비는 터질듯한 신록(新綠)에 빛을 더한다. 춘몽(春夢)에 젖는 순간 칠곡군(漆谷郡) 지천면(枝川面)에 랜딩 손준식 시인의 ‘나뭇잎 편지’ 사연에 배부르다. 도농(都農)에서 모여든 여러 시인의 눈빛은 마음빛을 대변한다. 낙화담(落花潭) 빗방울은 수련(水蓮)으로 피어나고 연잎 파문(波紋)은 달싹달싹 물 향기 교집합(交集合)으로 번진다. 향기만 먹고 사는 건달바(食香, 尋香) 따라다니며 술배까지 덤으로 채우고도 민들레 홀씨처럼 날아오른다. ‘구상문학관(具常文學官)’에 들러 내일을 구상(構想)해 보고 황악산(黃嶽山) ‘직지사(直指寺)’ 탐방으로 직지인심견성성불(直指人心見性成佛) 도모해 보지만 얼 썩은 이몸 직지 못하고 아직껏이다. 꽃잎 띄운 호수의 윙크를 가슴에 품고 감았던 눈을 뜨니 수유사거리 끈적한 발자국은 애써 곡우 비로 지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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