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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정동정

제14일 - 7월 28일(금): 죽음도 삶의 한 과정일 뿐(티베트 네팔 기행문)

* 네팔 수도 카트만두 동부에 있는 파슈파티(Pashupati) 힌두 사원 화장터의 수도승
* 화장할 시신을 옮기고 있는 중에도 바로 옆에서는 아랑곳하지 않고 물놀이를 하고 있는 네팔의 아이들 


제14일 - 7월 28일(금): 죽음도 삶의 한 과정일 뿐

  네팔과의 이별의 날이다. 아직도 라면 4개가 배낭의 한 구석을 무던히도 자리 잡고 있다. 호텔 요리사에게 두 개를 줄 테니 두 개는 끓여줄 수 있느냐고 했더니 쾌히 승낙했다. 아쉬움을 달랠 겸 왕궁 주변을 한 시간 가량 돌았다. 잎이 유난히도 긴 커다란 소나무의 우듬지에는 독수리가 앉아 있는가 하면 굵은 가지 끝에는 어미닭만한 박쥐가 박처럼 거꾸로 매달려 있다. 인적 없는 오전의 왕궁 뒤뜰에는 적막만이 흐르고 있어 불안한 정국을 반영하는 듯 했다. 네팔 교육체육부 입구도 교도소 입구마냥 스산한 분위기였다.

  잘 정리된 힌두 사원에 들렀다. 코끼리 형상의 신상의 얼굴에는 얼굴을 식별할 수 없을 정도로 온통 붉은 칠이었다. 작은 개선문처럼 생긴 종루 주변에는 비둘기 아침 식사에 빠져 길손이 들어와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탑 정면에는 말 모양의 몸에 해태상과 같은 얼굴을 한 석상이 양쪽에서 버티고 서 있다. 탑은 아랫부분은 하얗고 상륜부 쪽은 금빛을 칠하여 유난히 반짝인다. 숙소 빌라에베레스트에 돌아와 이성만 작가와 마당에서 기념 촬영을 했다. 아무리 사진작가라도 자신은 남에 의하여 찍힐 수밖에 없었다.

  남은 시간을 이용하여 공항 가는 길에 파슈파티(Pashupati) 사원에 들렀다. 네팔의 전형적인 장례문화를 둘러볼 수 있는 카트만두에서 가장 큰 사원이다. 입구에 들어서자 벌써 시신이 타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생각에 따라서는 태릉 갈비 촌에 들어간다고 생각할 수도 있건만 사전에 머릿속에 입력된 화장터라는 선입관 때문에 역겨움이 차오름을 어떡하랴. 가까이 다가가 보니 30여 미터 됨직한 강 건너 편에 10개의 화장대가 나란히 있고, 대기 중이 시신이 있는 걸 보니 풀가동 중이었다. 한두 시간이면 육신의 형체는 사라지고 찌꺼기는 그대로 남은 나무 등걸과 함께 바로 옆의 강물로 쓸어 내려졌다. 아이들은 생과 사의 경계를 아는지 모르는지 화장대 바로 밑에서 물장난하며 놀고 있고, 떠내려가는 나무 등걸은 누군가에 의하여 주워져 다시 땔감으로 사용된다. 원래 없었던 자리라 간 자리도 남지 않는다. 티베트에도 나무가 흔했다면 이런 화장 풍습이 전해졌을 텐데 땔감조차 절대 부족한 터라 본래의 무(無)의 자리로 돌려주는 최고의 방법으로 조장(鳥葬)을 선택한 것이다. 인간의 넋은 수십 년 동안 육신에 세 들어 살다가 이제 거침없이 돌려주고 혼은 연기를 타고 하늘나라로 오르고 있었다. 오늘 따라 유난히 하늘빛이 맑았다.

  생사로의 정류장이라서 그런지 전신에 희귀한 색칠로 분장을 하고 기이한 요가 자세를 한 수도승들이 많았다. 처음에는 너무나 원시적이고 이질적인 분위기에 시신보다도 두려움이 느껴졌다. 어쩌면 저승사자와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그 수도승의 근엄함도 사진 모델료를 달라고 하는 대목에서는 역시 돈 앞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적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큰 가르침은 성현의 말씀이 적힌 경전이 아니라 죽음이다. 죽음은 우리 삶의 확실한 끝을 보여 준다. 그러나 신앙이나 예술은 영원을 약속한다. 그렇게 본다면 죽음도 삶의 한 과정일 뿐 끝은 아니다. 그리고 죽을 때 특별한 유언을 하는 것도 격에 맞지 않는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숱하게 해 온 말이 모두 유언이다. 죽을 때 야단스럽게 떠든다고 지나온 삶과 미래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화장터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국제공항이 있다. 티켓 확인 과정에서 공항 컴퓨터가 고장 나 긴장하기도 했지만 미국 유학길에 오르는 네팔의 두 젊은이와의 대화로 여백을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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