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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정동정

제12일 - 7월 26일(수): 수줍은 안나푸르나(Annapurna)(티베트 네팔 기행문)

* 네팔 담푸스에서 바라본 안나푸르나 봉
* 파노라마 포인트 산장 벽에 쓴 기념 글씨 


제12일 - 7월 26일(수):  수줍은 안나푸르나(Annapurna)

  안나푸르나 봉을 비롯한 많은 연봉을 감상하기 위해서 아침 일찍 일어났지만 안개와 구름으로 뒤범벅이 된 터라 볼 수가 없었다. 아쉬움 속에 아침 운동 겸 마을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순간 우리의 정성을 갸륵하게 생각했던지 잠시 숫처녀마냥 안나푸르나 봉이 살짝 얼굴을 내밀었다간 그것으로 끝이었다. 어제 오후 네팔어를 배울 때 옆에서 지켜보던 잘 생긴 한 소년이 새벽같이 일어나 나에게 놀러와 산책길 동행이 되어 주었다. 말이 통하진 않아도 표정으로도 이렇게 친해질 수 있구나. 어린 소년과 교감할 수 있었던 이유는 친절 때문일까, 아니면 밝은 표정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서로 다른 인종에 대한 탐색 때문이었을까?

  숙소에 돌아왔을 때 파노라마 포인트 산장의 주인은 이역만리에서 안나푸르나 봉을 보러 온 나그네의 심정을 이해했던지 사진을 내놓고 안나푸르나에 설명에 바빴다.

  ‘이것은 안나푸르나 원, 저것은 안나푸르나 투, 쓰리, 포, 안나푸르나 사우드…….'

감사의 뜻으로 또 순지를 펼쳐놓고 안나푸르나 봉 이미지를 시적으로 그려서 주인께 선사했다. 환대에 감사드리고 잘 쉬다가 간다는 내용까지 써서 드렸다. 주인 내외도 담푸스 오신 걸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몇 차례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저 아래쪽 깊은 골짜기로부터 안개는 끊임없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안개 속에 언뜻 나타났다 사라지는 남국의 풍광이 그림 같다. 길가의 토란잎과 댓잎은 너울거리며 환송하고 맑은 도랑물은 행진곡이 되어 함께 내려가 주었다. 일찍 일어난 어미닭은 마당에서 노래하며 모이 찾고, 어린 학생들은 등교 준비로 교복을 차려 입고 있다. 어김없이 이마에 붉은 점을 찍은 아낙들은 누런 옥수수 추수에 바쁘고, 나팔꽃 위에서는 꽃보다 더 아름다운 벌레가 꽃잎을 뜯고 있다. 페디에 다 내려왔다. 생수를 하나씩 사 들고 마침 지나가는 로컬 버스를 타고 포카라 버스정류소에 도착했다. 다시 우리의 본거지 장(張) 게스트하우스에 택시로 찾아들어 갔다. 날씨가 마침 쨍하여 마당의 야자수를 비롯한 화초들은 조름에 겨워하고 있었다. 빨래를 해 널고 휴식을 얼마간 취했다. 낮잠이 들었다. 여행 중 안방처럼 한가로운 한때였다.

  호숫가의 작은 시내라 아이 쇼핑을 하러 나갔다. 만나는 사람마다 ‘나마스테(Namaste)!’하고 인사를 놓치지 않았다. 한국인이 경영한다는 ‘허니문 레스토랑’에 들러 불고기에 맥주를 곁들였다. 널찍한 안마당엔 ‘서울아줌마 뚝배기집’도 있었다.    

  다시 오후의 시내를 거닐어 또 다시 페와탈 호수에 들렀다. 이틀 전에 만났던 장사치들이 그대로 호객을 하고 있었다. 마치 강릉 경포대처럼 호수 안에 작은 섬이 있다. 섬까지 배를 타고 들어갔다. 힌두교 사원이 온갖 새들과 더불어 여행객과 신자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섬에서 나와 갖은 노력으로 많은 시간을 들여가며 기념품을 샀다. 호숫가 가장 아름다운 자리에는 군부대가 있고 잔디 위에는 축구를 즐기는 군인들이 보였다. 네팔 군인들의 용감성에 대하여서는 이미 들은 바 있다. 영국과 아르헨티나 간의 포클랜드 전쟁 때에도 영국군에 징집되어 참전했단다. 그들은 몸값이 싸서 징집된 줄은 모르고, 용감하기 때문에 선택받은 줄로만 알고 있었다.

  밤이 되었다. 우리에겐 포카라의 마지막 밤이고 그 사이 새로 온 젊은 대학생들이 가세하여 저녁의 게스트하우스는 제법 붐볐다. 여행 중 한국어가 가장 풍성한 밤이었다. 각자 회비를 내어 파티를 열었다. 우리는 나이 값을 하느라 좀 더 신경을 썼다. 10년째 방랑 생활을 즐기고 있는 음유생활의 지존 경북대학교 문화인류학과 후배, 충주 출신의 믿음직한 30대 중반의 청년, 부산에서 온 말을 재미있게 하는 아가씨, 춘천 출신으로 자이툰 부대 군악대로 이라크에 갔다가 돌아와 휴학하고 세계 무전여행 중인 청년, 사진 전공의 서울 아가씨, 서울대 간호학과 학생 등등……. 멀리 조국을 떠나 여행자로서 우연히 만나 졸지에 만든 파티이니 즐거울 수밖에 없었다. 이때의 내 몫은 붓글씨 아니면 하모니카와 리코더 연주이다. 하모니카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무료한 하굣길의 동반자였고, 리코더는 최근에 익힌 솜씨다. 리코더는 제법 시끄러운 악기라서 차 안에서 주로 연습한다. 시내를 운전하다가 빨간 신호등 때마다 연습한 리코더가 오늘따라 제법 근사하게 들렸다. 시간이 어느 정도 되었을까? 여행 사진작가 이성만 선생님과 나는 눈치껏 미리 자리를 비우고 잠을 청했다. 이튿날 아침에 나와 보니 배반(杯盤)이 낭자(狼藉)했다. 우리가 방에 들어온 뒤에도 젊은이들은 새벽까지 놀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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