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자료

노원신문2- '겨울 동(冬)' 이야기

겨울 ()’ 이야기

 

도정 권상호

 

  사람을 만나 인사를 하게 되면 처음에 얼굴을 보고, 다음으로 이름을 묻거나 명함을 교환하며, 관심이 있으며 취미나 성격 등의 정보를 교환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새로운 한자를 만나면 처음에 모양을 보고, 다음으로 음을 확인하며, 관심이 있으면 뜻까지 캐게 된다. 이를 한자의 3요소라 한다.  

  겨울에 해당하는 한자는 ‘겨울 동()’이다. 冬이라는 글자는 첫째 모양이 있고, 둘째 //이라는 음이 있으며, 겨울이라는 뜻이 있다. 그러면 완벽한 공부가 된 것이다. 이쯤 되면 나는 冬 자를 쓸 줄 알고, 읽을 줄 알고, 뜻도 안다고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다.

  그럼 冬의 모양을 살펴보자. 冬은 ‘뒤져 올 치()’에 ‘얼음 빙()’이 밑에 붙어 있는 모양이다. 는 ‘천천히 걷다’라는 의미가 있다. 속에 숨어 있는 人 자가 보이는가. 뒤에서 잡아당기는 모습이니 천천히 걸을 수밖에 없다. 얼음 위도 미끄러우므로 천천히 걸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재미있는 사실은 갑골문과 금문의 冬 모습을 보면 지붕 끝을 꽁꽁 묶어 놓은 모습이다. 초가지붕이 세찬 겨울바람을 이기기 위해서는 당연히 잘 묶어 둬야 한다. 이런 사실은 제주도 민속촌에 가 보면 확인할 수 있다. 벌써 다녀오셨소? 폭삭 속았수다. 이 말은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뜻의 제주도 사투리이다.^^

  다음은 冬의 음, 곧 발음 공부를 해 보자. 冬의 발음은 //이렷다. 추우니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추위에 얼어 죽지 않기 위해서는 부단히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움직일 동()’ 자 동동(動動)이다. 추우면 ‘동굴 동()’ 자 동굴(洞窟)로 들어갈 수도 있다. 동절(冬節)에는 ‘얼 동()’ 자 동사(凍死)하기 쉬우니 살자면 별 수 있남? 저기 보게나, 동네 앞 얼음판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노는 아이들은 ‘아이 동()’ 자 아동(兒童)들일새 그려.

  ‘얼음 빙()’ 위에서는 미끄러워 /빙빙/ 돌기 쉽고, ‘눈 설()’ 위에서는 다치지 않기 위해서 /설설/ 걸어가야 한다.

  놀랍게도 //이라고 발음하는 한자에는 동굴처럼 속이 빈 글자들이 많다. 예컨대, 대나무 마디마디가 똑같지만 속이 빈 ‘같을 동(), 악기 만드는 재료로 쓰이는 ‘오동나무 동()’도 속이 비었으며, ‘구리 동()’ 역시 보일러 시설을 할 때 사용되는 동 파이프 재료이다. 비슷한 발음으로 필통(筆筒)이라고 할 때의 ‘대롱 통()’도 속이 비어야 사용할 수 있다.

  겨울은 한해의 끝이다. 그래서 끝을 뜻하는 ‘마침 종()’에 冬이 붙어 있다. 오늘은 이쯤해서 종()을 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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