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재간의 꽃, 蹴球(축구)
도정 권상호
蹴球(축구)의 대제전, 2010 남아공 월드컵 대회가 눈앞에 다가왔다. 蹴球(축구)라는 단어는 ‘차다’는 의미의 蹴(축) 자와 ‘공’이라는 의미의 球(구) 자로 이루어져 있다. 蹴(축)은 ‘足(족)+就(취)’의 형태로 이루어졌으며, ‘발[足]이 나아가다[就]’에서 ‘차다’의 뜻이 된다.
球(구)는 ‘玉(옥)+求(구)’의 형태로 이루어졌으며, 공이 구슬[玉] 같이 둥근 데서 온 글자이다. 求(구)는 본디 ‘짐승의 가죽으로 만든 털옷’의 상형이었으나, 추위를 막아줄 옷의 중요성 때문에 ‘구하다’는 의미로 더 널리 쓰이게 되었다. ‘공 球(구)’에 求(구) 자를 붙인 것은 지금도 그렇지만 공은 짐승의 가죽으로 만들었음을 알 수 있다. 발음도 /球(구)/ /구슬/ /구르다/처럼 서로 비슷하지 않은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보자. 就(나아갈 취)는 ‘京(경)+尤(우)’로 이루어진 글자이다. 京(경)의 갑골문이나 전서를 보면 ‘튼튼한 반석 위에 높다랗게 지은 집’의 모양이다. 여기에서 京(경)은 ‘높다, 크다, 서울’의 뜻으로 확장된다. 尤(더욱 우)의 갑골문 형태는 손을 가리키는 又(우)에 손가락 끝을 가리키는 짧은 획이 붙어 있었다. 이 짧은 획이 지금은 점으로 바뀌었지만, ‘당신 최고야’, ‘따봉!’ 할 때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운 모양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같지 않다, 다르다, 더욱, 특히’의 뜻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이리하여 就(취) 자를 보면 높은 곳[京], 더욱 좋은 자리[尤]로 나아가고 싶어진다. 험난한 길이긴 하지만 이번 월드컵 경기에서는 한국 팀이 蹴(축) 자 안의 就(취) 자처럼 외국에서 16강의 자리를 꼭 차지하길 기도한다.
발과 관련한 글자로는 足(족)과 止(지), 그리고 之(지)가 있다. 또 속담에는 발 없이 달리는 괴이한 말도 있다.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라고 할 때의 말이다. 이 말 역시 천리마이다.^^ 또, 세상에는 ‘발만 보고 무엇까지 보았다고’ 소리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이리하여 流言蜚語(유언비어)가 발생하니 조심할 일이다.
足(족)은 ‘발, 만족하다’의 뜻을 지니고 있다. 足(족)의 윗부분 口(구)는 다리의 오동통한 부분을, 아랫부분 止(지)는 발 모양을 본뜬 것이다. 닭고기를 먹을 때, 가장 만족하게 먹은 사람은 아마 닭다리를 잡은 사람일 것이다. 그래서 足(족)은 ‘滿足(만족)하다’의 의미로 발전한다. 멈춘 발은 止(그칠 지)이고 가는 발은 之(갈 지)이다. 이 두 글자를 합치면 步(걸음 보) 또는 走(달릴 주)가 되고, 강물이 있으면 涉(건널 섭)이 된다. 걸음의 뜻에 해당한 한자어는 徒步(도보)이다. 徒步(도보)의 徒(도) 자도 본디 ‘함께 걷다’의 뜻이었다. 여기에서 ‘무리’, 또는 ‘걷다’의 두 가지 뜻으로 확장된다.
우리 몸에는 四肢(사지)가 붙어 있다. 肢(사지 지)는 ‘月(월)+支(가지, 지탱할 지)’로 팔다리는 몸[月]의 가지이자, 몸을 支撑(지탱)해 주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튼튼한 下肢(하지, 다리)로 大地(대지)를 굳게 밟고 힘차게 달려라, 태극전사여. 붓을 잡고 살아가는 나로서는 손재간의 극치를 書藝(서예)로 보고, 발재간의 극치를 蹴球(축구)로 본다. 발재간이 뛰어난 태극전사 파이팅, 오~ 필승 코리아! 승리의 함성, 하나 된 한국!!
발과 관련한 한자로 가장 친숙한 글자는 路(길 로)이다. 路(길 로)는 ‘足(족)+各(각)’으로 이루어져 있다. 各(각각 각)의 윗부분 夂(뒤져서 올 치)는 사람을 붙잡는 형상이니 ‘뒤져 오다’의 뜻이고, 아래의 口(입 구)는 움집 또는 동굴 입구의 상형이다. 가족이 흩어져 일하다가 저녁이 되면 各各(각각) ‘길’을 따라 집으로 느긋하게 돌아오는 모습이 路(길 로) 자에 숨어 있다. 새벽의 시골 路邊(노변)에는 露水(노수) 곧, 이슬이 많고, 저녁의 도시 路上(노상)에는 露出(노출)이 심한 여성이 많구나. 露天劇場(노천극장), 露天講堂(노천강당)이라고 할 때의 露天(노천)은 하늘이 드러난 ‘한데’를 가리킨다.
小學(소학)에 足容必重手容必恭(족용필중수용필공)이란 경구가 나온다. 발의 동작은 반드시 무거운 듯이 하고 손의 동작은 반드시 공손하게 하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