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자료

노원신문 7 - 손[手] 봤다

손 봤다

 

도정 권상호

  (사람 인) 자의 모습은 한글 시옷과 닮았다. 두 획의 간단한 글자로서 한 획을 빼면 쓰러지고 만다. 서로 도와 가며 살라는 뜻이렷다. 人 자의 옛 모양, 전서에서는 손을 앞으로 뻗고 서 있는 사람의 옆모습이다. 일찍이 인간은 도구를 사용하기 위하여 앞발, 곧 두 손을 들고 直立(직립)하기 시작했다. 인간의 두 손이 걷는 역할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는 순간부터 인류의 문명이 발달하기 시작한 것이다. 인간의 학명 가운데 호모 파베르(Homo faber)는 곧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을 가리킨다.

  손 안 대고 코 풀 수 있는 세상이라면 오죽 좋으랴만, 손쓰지 않고 되는 일이 없다. 그래서 손을 뜻하는 한자가 매우 많다. (손 수), (또 우), (마디 촌), (손톱 조) 등은 모두 손을 가리키는 글자들이다. 手를 부수로 쓸 때는 간편하게 (손 수)로 썼는데, 팔목 끝의 손가락 다섯 개가 분명히 보인다. 엄지, 검지, 중지, 무명지, 약지 등이 그것이다. 양손의 손가락이 열 개인 데에서 10진법이 출발한다.

  인간이 아직 도구를 사용할 줄 몰랐을 때에는 手로 水(물 수)를 퍼마셨다. 여성들은 집 안에서 手로 繡(수놓을 수)를 놓고, 남성들은 手로 殳(창 수)를 만들어, 殳로 獸(짐승 수)를 잡아먹으며 알콩달콩 애를 낳고 살아왔다. 물물거래를 하면서 생필품을 授受(수수)할 때에도 手를 썼고, 그 數(셀 수)를 헤아릴 때에도 역시 手를 사용했다.

  오곡을 收(거둘 수)하거나, 먹고 남은 것을 이웃에게 輸(나를 수)하는 일도 手의 몫이었다. 해외로 輸出(수출)하거나 국내로 輸入(수입)하는 일도 手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오늘날은 배나 비행기로 輸出入(수출입)을 하지만 옛날에는 車(수레 차, 수레 거)로 했기 때문에 輸에 車가 붙어 있다.

  작게는 漱(양치질할 수)하거나 綬(인끈 수)를 멜 때에도 手를 사용하지만, 크게는 정부를 樹立(수립)하거나, 국경을 守備(수비)할 때에도 手를 써야 한다. 범인을 搜索(수색)하는 일은 경찰의 몫이지만 凡人(범임)인지 犯人(범인)인지를 밝혀내기 위해서는 搜査(수사)에 온힘을 쏟아야 한다. 죄를 지어 手를 쓸 수 없는 형편이 되면 罪囚(죄수)이다. (부끄러울 수)하면 手로 얼굴을 가린다. 그러나 羞恥心(수치심)을 모르는 인간은 얼굴을 빤빤하게 들고 다닌다.

  여담 하나. (입 구)가 셋이면 品(물건 품), (사람 인)이 셋이면 (무리 중), (손 수)가 셋이면 (소매치기 수)이다. 조심할 일.

  오늘 살펴본 手와 관련한 글자는 발음도 모두 []였다. 袖手傍觀(수수방관)하지 말고 적극적인 자세로 오감을 총동원하여 한자를 익히자. 몇 차례 읽기만 하면 발음의 재미 때문에 저절로 익혀지는 것이 한자이다. 발음이 같으면 의미가 통한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안목을 길러 세상을 내다보자. 세상의 기운이 다시 한자문화권으로 돌아오고 있다. 한국을 핵으로 한 동양중심의 세상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한국이 신 로마로 보이고, 한국을 둘러싼 삼면의 바다가 동양의 지중해로 보인다.

  바라건대, 手를 아끼지 말자. 씻고 닦고, 비비고 만지고, 쥐고 펴고, 잡고 놓고, 헤아리고 두드리고, 뻗고 흔들어야 壽()할 수 있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 네이버로 보내기
  • 텀블러로 보내기
  • 핀터레스트로 보내기

Comments

권상호
얼씨구 절씨구 차차차!

지금까지의 예를 통하여 한자도 뜻글자가 아니라 소리글자임을 알 수 있다. 모든 언어는 소리에서 출발한다. 한자를 전혀 몰라도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었던 점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지극히 일부의 상형 문자 때문에 한자를 뜻글자라고 하지만, 한자를 비롯한 모든 글자는 근본적으로 소리글자이다.

友, 及, 殳(창 수, 갖은등글월문), 急, 級 등의 글자들은 모두 又[손]과 깊은 관계가 있다. '友'자는 '又+又'로서 손과 손을 맞잡고 뜻을 같이 하는 사이, 곧 '벗'을 나타낸다. '及'자도 '又+人'으로 분석되며 곧 뒷사람의 손이 앞사람에게 미치는 형상에서 '미치다'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投(투)'의 몸에 해당하는 '殳(수)'자는 '几(궤)+又'로 이루어졌으며 오른손에 들고 있는 기다란 무기란 뜻에서 '창'이란 뜻을 나타내게 되었다. '急'자는 '心(심, 가슴)'에 들어오는 '刀(도, 무기)'를 '⺕(계, 손)'으로 막아야 할 정도로 급하다 하여 '급하다'의 뜻이 되었다. '級(급)'자는 전장에서 무기로 적의 머리를 벤 등급을 '糸(사, 실)'로 나타내었다고 하여 '等級(등급)' 또는 '階級(계급)'이라는 뜻으로 되었다.

又-友-及-急
김철호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