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이야기(2)
- 소리로 무슨 새인지 알아보기 -
도정 권상호
한자가 재미있고 쉬운 건, 글자의 모양을 보고도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있지만, 더러는 글자의 발음을 듣고도 그 뜻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여러 가지 새를 뜻하는 한자의 발음을 통하여 무슨 새를 뜻하는지 짐작이 가는 글자들을 찾아볼까 한다. 물론 새 소리는 사람의 音聲(음성)과 달리 音響(음향)이기 때문에 생각에 따라 그 소리를 달리 인식할 수 있다.
연극·영화·라디오·텔레비전 등에서 ‘音響效果(음향효과)’라고 하면 바람 소리 새소리와 같은 자연의 소리를 흉내 내어 극의 실감을 돋우는 일을 가리킨다. 그런데 이 음향을 음운으로 적을 때는 집단의 인식에 따라 비슷하게, 또는 전혀 다르게 나타난다.
영어의 경우, choo-choo(추추/칙칙폭폭-기차소리), ding-dong(딩동/땡땡-종소리), coo-coo(쿠쿠/구구-비둘기 소리)처럼 소리 흉내가 우리와 아주 유사한 것도 있지만,
mew(뮤/야옹-고양이 우는 소리), bowwow(바우와우/멍멍-개 짖는 소리), boohoo(부후/흑흑-사람의 울음소리)처럼 소리 흉내가 우리와 전혀 다른 것도 있다.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隹(추)와 鳥(조)는 ‘새’를 뜻하기 때문에 여기에 ‘덧붙을 글자의 발음’을 통하여 무슨 새인가를 알아맞혀 보자. 雀(참새 작, que-4성)은 작은 새이다. 참새의 발음 /작/은 ‘작다’라는 의미와 무관하지 않다. ‘小(작을 소)+隹(새 추)’의 구성 역시 작은 새를 뜻한다. 그런데, 우리가 참새 소리를 /짹짹/으로 흉내 내는 것과 비슷하게 한자 발음도 /작작/이 아닌가. 오늘날의 중국어 발음은 /취에/이다. 퀴즈 하나 풀어 볼까. 구름 사이에 높이 올라갔다가 곤두박질하는 새는 뭘까? ‘종다리’이다. 그래서 한자로는 雲雀(운작)이라 한다. 갓 눈이 튼 차나무의 새싹은 참새의 혀처럼 작게 생겼다 하여 雀舌(작설)이라 하고, 이를 따서 만든 차를 雀舌茶(작설차)라고 한다. 아주 기뻐서 소리치며 참새처럼 깡충깡충 뛰는 것을 歡呼雀躍(환호작약)이라 한다.
鵲(까치 작, que-4성)도 우리는 /깍깍/이라고 흉내 내지만 한자 발음은 참새 같이 /작/이다. 중국어 발음 역시 /취에/로 까치와 참새는 똑같이 발음된다. 까치의 다른 말은 喜鵲(희작)인데, 이는 까치가 기쁜 소식을 전해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은하수에는 烏鵲橋(오작교)가 있다.
鷄(닭 계, ji-1성)는 원래 수탉의 모양을 그렸으나 전서에 와서야 지금과 같은 모양이 되었다. 奚(어찌 해)]는 발음을 나타내는데, ‘손(爪)+끈(幺)+사람(大)’으로 포승줄에 묶인 사람의 모양이다. 이 말은 묶인 사람처럼 야생의 닭이 닭장 속에서 가장 먼저 길들어 구속 받는 새가 닭이라는 사실을 알게 해 준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렇게 구차한 설명이 골치 아파서 중국 간체자로는 鸡(닭 계)로 쓰나니, 곧 손(又)으로 잡아먹기 좋은 새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닭은 일찍이 ‘닥달당한’ 새라고 할 수 있다. 오잉. 養鷄(양계), 鷄卵(계란), 鷄鳴聲(계명성), 烏骨鷄(오골계), 群鷄一鶴(군계일학)이로다.
鳩(비둘기 구, 중국발음은 jiu-1성)는 九(아홉 구) 자가 붙은 걸 보니, 여러 마리가 무리지어 날아다니고, /구구/라고 소리 낸다. 비둘기처럼 스스로 집을 이루지 못하고 남의 집에 사는 것을 鳩居(구거)라고 한다.
鷗(갈매기 구, ou-1성)는 區(지경 구) 자가 붙은 것을 보니, 바닷가라는 일정한 지역에서 살아가며, 이 또한 /구구/라고 소리 내며 울것다. 옳거니. 바닷가에 있는 갈매기는 海鷗(해구), 흰 갈매기는 白鷗(백구)로다.
雉(꿩 치, zhi-4성)는 화살[矢(시)]가 붙은 걸 보니 화살로 잡아먹기에 안성맞춤인 새이다. 꿩이 우는 소리의 경우, 우리는 /꺼겅꺼겅/, 한자는 /치치/로 상당한 거리가 있다. 강원도 원주에는 雉岳山(치악산)이 있고, 그곳에는 꿩과 토끼를 잡는 雉兎者(치토자)가 살고 있다.
鴨(오리 압, ya-1성)은 부리가 길고 딱딱하여 甲(껍질 갑) 자를 붙여 놓았는데,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갑갑하리란 생각이 든다. 물론 /갑갑/으로 소리낸다. 갑자기 북경의 오리구이 ‘카오야(烤鸭, 고압)’가 먹고 싶다. 평안북도에는 鴨綠江(압록강)이 있고, 경주시에는 雁鴨池(안압지)가 있다.
鵠(고니 곡, hu-2성)은 기다란 목을 볼 때 하늘에 뭔가 알리는(告) 듯하고, /곡곡/하고 운다. 鴻鵠(홍곡)은 큰 기러기와 고니의 뜻으로, 이 둘은 큰 새에 속하며 높이 나는 새들이다. 따라서 포부가 원대하고 큰 인물을 가리킨다. 따라서 鴻鵠之志(홍곡지지)란 크고 높은 뜻을 가리킨다. 그리고 과녁의 한가운데에는 고니만한 큰 점을 그려 놓는다. 正鵠(정곡)은 과녁의 한가운데를 가리키니, 正鵠(정곡)을 콕 찌르는 공부를 해야 한다.
오늘은 새 까먹는 소리 이쯤 하고 다음 기회를 기약해야겠다.
권상호
물은 ‘묻다’라는 동사도 물과 어원을 같이하고 있다. 신라어 ‘勿(믈)’, 중세국어 ‘믈’로 표기되어 있다. 이것이 원순모음화하여 ‘물’이 되었다. 불어 몰[mol]은 부드럽다,
물은 ‘묻다’, ‘묽다’. 미는 ‘미끄럽다’, ‘미덥다’와 같은 어원을 갖는다. ‘물은 묽고, 불은 붉다.’ ‘묻다’도 중세국어서는 ‘믇다’이었다.
井(정)과 泉(천)
水(수)와 川(천)
洞(동)과
始(시)와 治(치)
개천, 개[川(천)]. 개울, 가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