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마중
수월 권상호
봄 길을 걷는다.
물오름달 춘분 지난 한낮에
에인 바람 스치던 개울길 따라
노랑 개나리 불이 타고 있다.
사각거리는 치맛자락
각시의 잰걸음에 이는 뜨거운 입김인가.
분홍빛 고운 심장 밖으로 드러낸
산삐알 진달래의 여린 한숨.
봄 길을 멈춘다.
새봄 길 만들기에 바지런한 봄처녀 두 마리
끝 간 데 없는 꽃향기 터널 따라
어디론가 날아간다.
멍하니 따르던 내 눈길에
아지랑이처럼 일어나는 봄 졸음.
내 마음 길 깊이 파고드는
胡蝶之夢(호접지몽) 길.
꿈길을 걷는다.
거친 들판 저 편의 지친 하늘가에
잰 며느리만이 볼 수 있다는
눈썹달이 걸렸다.
그 누가 연꽃잎 하나 따서
하늘에 던졌나.
미풍에 달빛 가락 올올이 빗자
사위어 가는 번뇌.
봄 길 끝에 문득 얻은 연꽃잎 하나
두 손에 고이 들고 헌화할거나.
윤삼월 지나 다가올
연화세계 꽃 잔칫날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