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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활용한 공공디자인 관광객 사로잡는다


한글 활용한 공공디자인 관광객 사로잡는다
전주 한옥마을 일대 ‘한글테마거리’ 조성…문화유산 홍보 효과까지 더해져 관광객 부쩍 


[전북 전주] 주말이면 전북 전주시 한옥마을은 관광객으로 북적인다. 2002년 한해 30만 명에 불과했던 방문객이 10년 새 500만 명으로 늘었다. 박제가 된 ‘민속촌’이 아닌 사람이 살고있는 한옥마을이 관광객의 발길을 이끌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립무형유산원이 들어선 전북 전주시 완산구 동서학동 일대가 문화 창조구역으로 조성되면서 새로운 관광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 일대는 전주천을 사이에 두고 한옥마을과 마주보고 있는데, 주변에 전주교육대학교, 산성공원, 남고산성, 치명자산 천주교성지 등 다양한 역사문화 유전이 산재해있다.


 
국립무형유산원이 들어선 전북 전주시 완산구 동서학동 일대가 문화 창조구역으로 조성되면서 새로운 관광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전주시는 한옥마을 관광객들이 해마다 증가함에 따라 국립무형유산원~남고산성을 잇는 거리를 ‘도란도란 시나브로길’로 조성해 젊음과 전통이 함께 하는 특색있는 거리를 만들었다. 이에 따라 한글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주제로 한 한글테마광장과 거리, 바람과 새소리를 감상할 수 있는 쉼터 등이 조성됐다.

전주시 아트폴리스과 관계자는 “도심 속 소외지역이었던 곳에 시나브로 산책로가 형성되면서 주변의 풍부한 역사문화 자원이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며 “침체된 구도심 활성화는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주한옥마을에서 도보로 15분 거리에 위치한 국립무형유산원은 지난 8월 준공됐다. 전주시 완산구 동서학동 옛 전북산림환경연구원(임업시험장) 대지 5만9,930m²에 연면적 2만9,615m², 지하 1층∼지상 5층 규모로 예산 759억 원이 투입됐다.

전주한옥마을에서 도보로 15분 거리에 위치한 국립무형유산원
  
국립무형유산원 앞에 설치된 한글로 된 조형물. 
 
문화재청이 직접 운영하는 국립무형유산원은 무형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전승하며 브랜드화 등을 통해 활성화하는 역할을 맡는다. 공연장과 전시아카이브, 교육, 국제교류 공간 등 8개 시설이 갖춰져 국악 꿈나무들의 교육과 사라져가는 무형문화의 전승이 가능하게 됐다. 무형유산원은 시험 운영을 거쳐 내년 5월경 정식 개관한다.

국립무형유산원에서 시작되는 한글테마거리 또한 눈에 띄는 코스 중 하나이다. 입구에 위치한 쌈지공원이 먼저 기자를 반겼다. 이곳을 살포시 걷다보니 ‘안녕하세요’, ‘니하오’, ‘곤니치와’ 등 세계 20개국의 인사말이 들려오고, 동시에 분위기 있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이 거리가 생기기 전까지만 해도 인도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아 비나 눈이 올 때면 걷기에 꽤 불편했던 것을 생각하면 상전벽해 같은 변화이다.

지역 주민과 관광객들이 쾌적하고 안전하게 탐방할 수 있도록 좁은 도로의 교통량을 줄이고, 기존의 양방향 통행로를 일방통행으로 변경했다. 돌길과 흙길로 지저분했던 거리에는 인도가 설치됐으며, 한글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테마로 한 한글테마광장과 거리가 조성됐다.
 
한글테마거리 입구에 위치한 쌈지공원. 세계 각국의 언어가 바닥에 새겨져 있다.
  
쌈지공원 내 소리마당에서는 ‘안녕하세요’, ‘니하오’, ‘곤니치와’ 등 세계 20개국의 인사말을 들을 수 있다.
 
국립무형유산원과 전주교육대학교를 잇는 이 거리 곳곳에는 한글 자음과 모음이 새겨져 있어 다양한 볼거리가 제공돼 자꾸 걷고 싶게 만들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다양한 한글을 이용한 조형물과 선조들의 과학문화 원형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과학기구들이었다. 조형물에는 훈민정음과 한글로 쓰인 콩쥐팥쥐전, 훈민정음 용자례(초성·중성·종성 순서를 명시하고 실제의 사용사례 설명), 합자례 등이 새겨져 있었다.

또, 바닥에는 훈민정음 서문과 용비어천가, 호남가와 열녀춘양수절가, 심청전 일부를 비롯해 자음을 만드는 방식과 천지인을 활용해 모음을 만드는 방식도 새겨져 있었다. 조선시대 천문 관측 때 쓰였던 혼천의는 이미 포토 존으로 유명하다. 1669년 현종 10년 송이영이 제작한 혼천시계(국보 제230호) 중 혼천의 부분을 약 2.5배 확대해 복원한 것으로, 눈금이 새겨진 둥근 지평환과 황도환·적도환·황도환·받침대 등으로 구성돼 있다.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전천 석각천문도로써 고구려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진 천상열차분야지도까지 세워져 있었다. 그런가 하면 천문도 윗부분에는 해와 달에 대한 설명과 함께 별자리 보는 법도 상세히 적혀 있었다. 관광객들이 과거 농사를 위해 조상들이 어떻게 날씨를 예측했는지 직접 별점을 쳐볼 수 있게 만들어 놨다.

한글테마광장에는 다양한 한글을 이용한 조형물과 선조들의 과학문화 원형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과학기구들이 설치돼 있다.
 
맞은 편에는 조선시대 비의 양을 측정하던 측우기와 동양해시계 광장도 있었다. 이 측우기는 현존하는 것 중 가장 오래된 금영측우기를 본떴으며 대석은 측우대(보물 842호)를 본떠 제작해 작은 조형물 하나하나까지 역사적 가치를 담으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이렇듯 한글의 창제원리와 함께 옛 과학기구들을 직접 만져보고 체험할 수 있어 특히 가족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올해만 3번째 전주를 찾는다는 관광객 이준현(43·인천) 씨는 “끊겼나 하면 이어지는 한옥마을의 골목길과 토담은 잃어버렸던 감성을 재생시켜주는 매력이 있다.”며 “굳이 가르쳐주지 않아도 전주라는 도시 자체가 주는 꾸미지 않은 매력 덕분에 더 자주 찾게 된다.”고 말했다.

캐나다에서 온 레이(35·남) 씨는 “1박2일 동안 한식, 한옥, 판소리 등을 한꺼번에 모두 느낄 수 있는 전주는 그야말로 가장 한국적인 도시”라며 “한글을 사랑해 한글날까지 지정한 곳은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도란도란 걸으면서 여유롭게 한국의 전통문화를 느낄 수 있어 처음 와봤지만 편안함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바닥에는 훈민정음 서문과 용비어천가, 호남가와 열녀춘양수절가, 심청전 일부를 비롯해 자음을 만드는 방식과 천지인을 활용한 모음 만드는 방식 등이 새겨져 있었다. 
  
조선시대 천문학 관측 때 쓰였던 혼천의는 이미 포토 존으로 유명하다.
 
김민지(21·전주교대2) 씨도 “밋밋했던 학교가 한글테마거리가 조성되고난 뒤 주변이 환해지고 볼거리가 많아졌다.”며 “한글테마거리가 한옥마을과 함께 전주를 한층 발전시키는 관광지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종대왕상이 설치된 광화문 광장에서도 익히 봐왔듯이 한글은 이미 공공디자인의 새로운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국립무형유산원이 들어선 전주 역시 구도심이었던 동서학동의 풍부한 역사자원을 바탕으로 새로운 문화 소통공간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정책기자 박기태(대학생) sosrncnf2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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