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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필(運筆), 붓은 잠들지 않는다
권상호
우주는 단 한순간도 멈추지 않는다. 해와 달은 지구와의 거리를 좁혔다 늘리며 궤도를 그리고, 별들은 제 자리를 지키기 위해 쉼 없이 질주한다. 강물은 오밤중에도 흐름을 멈추지 않고, 바람은 스쳤다 사라지며 세계를 흔든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그 미세한 동요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한다.
대지의 풍수(風水)가 쉬지 않듯이, 인간의 몸 또한 호흡과 혈류의 리듬 속에 놓여 있다. 생명은 정지(停止)를 허락하지 않는다. 서예가가 붓을 드는 순간, 이 신체적 율동은 필획의 운동으로 전환된다. 운필이란 손끝의 기교가 아니라, 몸 전체의 리듬이 획으로 이행하는 과정이다.
운필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정중동(靜中動)의 묘리(妙理)를 몸으로 체득하는 일이다. 동양 철학이 말하는 생생불식(生生不息), 곧 만물이 쉬지 않고 생성·변화하는 이치가 그대로 붓끝에 스며 있다. 멈춘 글씨는 이미 생명을 잃은 형식일 뿐이며, 살아 있는 글씨는 종이 위에서도 호흡하듯 미세하게 흔들린다.
이러한 생동은 감각적 수사에 그치지 않는다. 과학적으로 보아도 세계는 진동과 파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모든 물질은 끊임없이 떨고, 그 떨림이 곧 존재의 표식이다. 서예의 필획 또한 작가의 신체에서 발생한 힘이 붓을 거쳐 종이로 전달된 흔적으로서, 파동처럼 번져 나가며 보는 이의 감각을 흔든다.
살아 있는 것은 모두 흔들린다. 완벽한 정답만을 쓰려는 집착을 내려놓고, 흔들림 그 자체를 생동의 힘으로 받아들일 때 붓은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인생 또한 직선이 아니라 굽이치는 강물이다. 우리는 그 흐름 속에서 방향을 수정하고, 흔들림을 통해 성장한다. 나의 붓질이 누군가의 가슴에 닿아 잠자던 맥박을 깨울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붓은 결코 잠들지 않는다. 내 생이 다하는 날까지, 그리고 그 이후에도 종이 위에 남은 필체는 우주의 궤도를 따라 조용히, 그러나 뜨겁게 순환할 것이다. 운필은 곧 생명이다. 흔들림 속에서 빛나는 우주의 박동을 받아 적는 행위—그것이 내가 믿는 서예의 본질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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