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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청뚜에 계시는 서예가 陳선생을 비롯한 몇 분께 안부 전화를 통하여, 일정 탓으로 함께하지 회동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랬다. 호텔에서 간단히 조식을 하고, 커피 한잔에 오얏 몇 개로 후식을 한 뒤, 라사[Lhasa, 拉萨]로 가기 위해 청뚜공항으로 나갔다. 온갖 과일들이 형형색색으로 우리를 유혹하고 있었다. 잘 생긴 복숭아로 시각과 미각을 달랬다. 기다리는 동안 한국을 다녀오는 중이라는 티벳 승려를 만나 대화를 나눴다. 시가체(Shigatse, 日喀則)에 계시는 아난(A.nan, 阿南)이라는 분으로 한국에 대하여 너무나 좋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중국 西南航空 비행기가 라사를 향하여 힘차게 이륙하자 험준한 산들이 하나 둘씩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처음엔 그나마 산자락에 초록빛 치맛자락이 펄럭이더니, 금새 풀 한 포기 자라지 못하는 척박한 민둥산 산봉우리로 바뀌었다. 그것도 잠시일 뿐, 만년설로 뒤덮힌 장엄한 산들이 눈앞에 펼쳐질 때는 탄성을 지르기 않을 수 없다. 계곡마다 빙하가 물고기 비늘처럼 길다랗게 흐느적거리듯 늘어져 있다. 아, 진정한 雪國이로구나! 스튜어디스에게 양해를 구하고 앞으로 나가,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속살을 그대로 드러낸 거무스름한 산을 선회하던 비행기가 강변을 따라 하강하고 사람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서둘러 모자와 선글라스를 챙긴다. 드디어 티벳 라사이다. 수화물을 찾아 공항 대합실을 나서는 순간, 사방이 온통 잿빛이다. 짙은 갈색의 피부를 가진, 꽝 마른 픽업 가이드와 제법 뚱뚱한 기사가 봉고를 가지고 라사공항에 나와 있었다. 마중 나온 가이드는 환영과 무병장수의 뜻을 지닌 하얀 비단 천, 까닥(哈達)을 목에 걸고 주었다. 기념 사진을 찍고 분주히 라사(拉薩)로 향한다. 원초적 빛깔을 그대로 간직한 하늘의 푸르름에 눈을 돌리다가도 화사하고 깨끗한 햇살에 찔려 실눈을 뜨고 간다.
가끔 길가에는 순수한 대자연에 잘 길들여진 인간이 보인다. 길들여진 인간의 순수함은 가끔 강인함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달리는 차 속에서 보기에 더욱 가까이 다가오는 정적인 황량한 산자락과 바로 옆에서 유유히 동적으로 흘러가는 라사 강을 바라보노라면 ‘靜中動’의 묘한 이치가 느껴진다. 벼랑에 새겨진 마애불상의 황금빛은 따가운 햇살을 받아 우주 밖으로까지 비칠 듯하다. 불상의 얼굴 모습은 우리 불상이라고 착각할 만큼 닮아 있다.
모든 것이 새로운 풍광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쪽빛 하늘과 하얀 구름의 조화, 칼날진 능선을 자랑하는 젊은 산들, 7월의 평균 강수량이 130밀리 밖에 되지 않음에도 웬 강물은 저리도 흥건히 흐른단 말인가. 먼 산도 공기 중에 물방울과 먼지가 없기 때문인지 손에 잡힐 듯하다.
어느덧 우리 차는 새로 생긴 깔라산터널[嘎拉山隧道(알랍산수도)]을 통과한다. 이 터널의 준공으로 사라 시내로 쉽게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단다. 주로 물길 따라 길이 나 있고, 길가에 자라는 나무라곤 미루나무와 버드나무 두 종류밖에 보이지 않았다. 드넓은 하천 부지에 미루나무로 인공조림한 모습이 인상 깊었다. 흥에 겨운 나머지 나는 차 맨 앞자리에 앉아 리코더로 우리 민요를 연신 불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머리가 무겁고 띵하며, 목이 뻣뻣해 왔다. 이게 바로 염려하던 고산증이로구나. 왠지 배낭도 올 때보다 훨씬 가벼워졌다 했더니만.
드디어 마차와 자동차가 빈번해 지더니 라사 시내로 접어들었다. 라사는 해발 3650m의 고원에 위치한다. 라사는 티벳어로 ‘신의 땅’이란 의미이다. 티벳이 현재도 중국 전체의 8분의 1에 해당하는 넓이이지만, 원래는 중국의 4분의 1이나 차지하는 대단히 드넓은 고원이었다. 티벳, 신짱, 칭하이, 쓰촨, 윈하이에 조금씩 떼주고 난 뒤에 현재의 땅이 남았다. 소수민족 중에 장족(藏族)이 4천만 정도로서 단연 으뜸이다.
설성빈관(雪城賓館, Snow Land Hotel)에 짐을 풀고, 걸어서 10분 정도의 가까운 절 조캉사원(Jokhang, 大昭寺)을 들었다. 사원 앞의 비석에는 ‘포탈라궁’과 ‘조캉사원’을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는 내용이 소상히 기록되어 있었다. 티벳어로 '부처의 집'이란 뜻을 지닌 조캉사원은 티벳에서 가장 오래된 절로 참배객 또한 가장 많다. 이른바 오체투지(五體投地)를 하고, 경전통인 마니차를 돌리는 인파들이 빼곡했다. 문맹자들을 위하여 안에다가 경전을 써놓고, 시계 방향으로 한번 돌리면 안의 경전을 한번 읽은 것과 같단다. 두 다리를 묶고 몸 앞에는 낡은 메트를 깔고, 손바닥에는 짐승 가죽 조각을 장갑처럼 걸치고, 진지한 표정으로 끊임없이 오체투지를 하는 모습을 보니, 신앙의 힘이 없었던들 어찌 이토록 척박한 땅에 사람이 어떻게 살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성지 순례의 마지막 여정이 조캉 사원을 맴도는 일이란다. 저 순례자들의 행렬. 생에서의 업(業)을 정화하는 방법으로 사원을 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돌면 이생의 업을 소멸시킬 수 있고, 세 번을 돌면 해탈을 할 수 있다는 '코라'는 끝없이 이어지고. 오체투지를 하는 이들의 옷은 마치 그 순례의 깊이를 증명이라도 하는 듯 남루하기 짝이 없지만 그들의 신심과 결부시켜 생각해 해 보면 그 어떠한 것보다도 아름다워 보인다.
1층은 글을 모르는 불자들을 위해 경을 새겨 손으로 돌릴 수 있도록 만든 마니차(法輪:prayer wheel)로 빼곡하다. 그 마니차를 돌리며 '옴마니반메홈'을 외는 이들의 소리는 낯선 여행자에겐 깊은 미로 속에서 들려오는 메아리처럼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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